아프리카·중남미·중동 등 지역서
1~8월 현대차 수출 일제히 감소
기아는 북미·대양주에서만 증가
환차익 겨냥 美로 물량 돌린 영향
"신흥시장 중국차 확산 방어해야"
올해 북미를 제외한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출(물량 기준) 대부분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곳 이상 지역에서 감소를 기록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이다. 고환율과 높은 수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미국 시장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지역서 수출 줄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현대차·기아의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아프리카, 유럽연합(EU), 중남미, 아시아, 중동 등에서 모두 감소를 기록했다. 북미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장에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현대차의 아프리카 지역 수출은 52.5% 감소했다. EU향 수출도 29.4% 줄었으며 대양주 21.1%, 중남미 12.5%, 아시아 11.9%, 중동 6.7%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기아도 아프리카 수출 36.4% 감소를 시작으로 아시아 28.9%, EU 25%, 중동 17.7%, 중남미 9.1% 줄었다.
현대차는 단 한 곳, 북미에서만 19.8% 성장했고 기아는 대양주와 북미, 두 곳에서 각각 17.7%, 13.7% 수출이 증가했다. 현대차·기아의 북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환율 상승에 따른 북미지역 물량 배정 확대, 현지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차익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적극 물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올해 1~8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354.61원으로 지난해 동기 1296.68원 대비 4.5% 높다.
■美 수요 늘지만…"쏠림 개선해야"
북미 지역 자동차 수요가 이어진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대수는 155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업계는 올해도 시장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 파는 게 아무래도 수익성이 좋다"며 "(국내에서 나가는) 수출 물량은 정해져 있어서 유럽이나 아시아 물량을 줄이고 북미 물량을 늘리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미 시장 자동차 수요가 다른 나라보다 좋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지역에서의 경쟁력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미 쏠림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차 수출 확대가 꼽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차가 미국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는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미국은 성숙된 시장이라서 파이(전체 물량) 자체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순위 3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현대차·기아의 대책 마련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향후 신흥시장에서 적극 방어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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