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더라도 품질 일정수준 회복"
연구조직 인력, 일선 사업부 배치
기술개발 외에 품질관리에도 집중
그래픽 D램 성공 키는 양산·수율
삼성이 차세대 D램을 타깃으로 정한 건 'D램 주권' 수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부진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다는 카드여서다. 이제 관건은 신속한 양산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세계 최초 개발 사례는 많았지만, 양산이 늦어지면서 시장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최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반도체연구소를 비롯한 연구조직 인력개편안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은 연구조직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최초 개발을 하고도 양산이 늦어지는 경우가 없도록 '품질의 삼성' 명성 회복에 나선 것이다.
■품질의 삼성 "이번엔 실기 없다"
17일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24Gb GDDR7 D램 성공의 키는 수율과 양산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개발은 늘 빨라도 양산에 문제가 생겨 시장진입이 늦어진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은 반도체연구소에서 선행연구를 통해 선단 공정의 초기 제품을 구현한다. 이후 사업부의 개발조직이 이를 바탕으로 램프업(수율 증대)을 하고 실제 판매를 위한 파생제품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제조 담당조직이 제품을 양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며 R&D 성과가 곧 제품의 성패를 결정지었던 과거 제품과 달리 지금은 초미세공정으로 연구개발(R&D) 외에 양산과 품질 관리·테스트도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해당 부문에서 공정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R&D·설계에 비해 양산, 품질, 테스트 업무를 경시하는 풍토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담당 직원들이 승진, 성과급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사기가 떨어졌다는 점도 품질저하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초격차 강박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원 평가나 승진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최초' '최고' '1등'이 훨씬 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되면서 임직원의 관심도 완성도보다 속도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전설' YH, 해결사 될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 내 대표적 올드보이인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임명한 이유 중 하나도 과거 '품질의 삼성' 재건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 부회장은 취임 후 기술개발보다 양산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품질의 삼성' 회복에 나섰다.
반도체연구소 개편은 현재 인사이동 대상 직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된 상태다. 연말 정기인사와 더불어 반도체연구소를 비롯한 연구조직 축소·폐지 등에 대한 청사진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3D D램 등 차세대 제품의 연구는 반도체연구소가, 선단 제품은 사업부가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됐다. 업계에서는 R&D부터 양산·테스트가 연계되면서 수율이나 발열 등 품질 문제에 있어서 즉각적 수정과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속도보다 방향을 강조한 조치도 나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10나노 4세대(1a) D램의 회로 일부를 재설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적의 시기에 맞게 대응하는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이 중요한 반도체 업계에서 재설계를 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의 품질을 일정 수준까지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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