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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반전 쓴 마지막 경기...“아내가 큰 힘 됐다” [권마허의 헬멧]

1994년 호주 마지막 경기
경기 주도했지만 벽에 부딪혀
라이벌 데이먼 힐도 경기 불가능
슈마허 우승..."아내 응원 큰 힘"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파이낸셜뉴스] 라이벌의 죽음으로 슬럼프 직전까지 갔다가 극복한 미하엘 슈마허와 새 라이벌 데이먼 힐. 1994년 우승의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이번화에서는 이 내용과 슈마허의 아내, 코리나 슈마허의 이야기도 좀 다뤄볼까 합니다.

반전의 반전 쓴 마지막 경기...“아내가 큰 힘 됐다” [권마허의 헬멧]
미하엘 슈마허와 그의 아내 코리나 슈마허(왼쪽). 인스타그램 캡처
경기 주도했지만..."아뿔싸" 벽에 부딪힌 슈마허
1994년 11월 13일 호주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슈마허와 힐에게 쏠렸습니다. 그 전까지 번갈아 가며 우승을 가져간 덕분에 이 경기 직전까지 이들의 점수 차이는 단 1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슈마허는 "과감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주행을 할 것이다. 경기에서 펼치는 전술과 추월 방식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힐도 "어쩌다보니 슈마허와 챔피언십 경쟁을 하게 됐다"며 "정말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경기 초반 슈마허가 특유의 빠른 시작으로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승을 밥 먹듯 하던 그였지만, 이날 만은 "도저히 데이먼을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었다"며 "트랙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차와 싸우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차와 한 몸이다'라고 하던 슈마허가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니 긴장감이 얼마나 컸을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슈마허와 힐은 20바퀴 전후를 앞뒤로 붙어서 달렸습니다. 그 후 조금씩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전 자신만만하던 힐은 "(20바퀴 후) 그의 페이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슈마허가 살짝 방심했던 탓일까요, 그 순간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코너를 돌던 슈마허의 차가 턱을 넘어가며 벽에 부딪힌 것입니다. 1~2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속 300㎞를 넘나드는 F1의 특성상 순위를 뒤집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턱을 넘어가며 속도가 줄었고, 차체에 충격을 줄 만한 충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화에서 설명했듯이, 최악의 경우 충돌은 드라이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일톤 세나처럼 말이죠.

결승선 통과=우승...새 라이벌 데이먼 힐의 운명은

반전의 반전 쓴 마지막 경기...“아내가 큰 힘 됐다” [권마허의 헬멧]
데이먼 힐. F1 공식 홈페이지 캡처
당시 슈마허는 "레이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자신감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프로답게, 차체가 흔들리고 정신이 없는 순간에도 그는 핸들을 이리 저리 꺾으며 차에 이상이 없는지, 타이어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힐이 아니었습니다. 1초가 채 안되는 짧은 시간, 1위 자리를 두고 두 '천재' 드라이버가 물고 물리는 싸움을 몇 차례 이어갔습니다.

사고는 그때 발생했습니다. 힐의 차가 슈마허의 차를 살짝 스쳤고, 그 충격으로 슈마허의 차가 다시 힐의 차를 치면서 슈마허의 차가 공중에 붕 떴습니다. 오른쪽 앞, 뒤 바퀴가 동시에 들리고 벽에 부딪힐 정도로 상당한 충돌이었습니다. 이미 그해 세나를 잃었던 F1이었기에 모두가 '더 이상의 사고는 안된다'며 소리쳤죠.

힐이 결승선을 통과하기만 하면 우승하는 상황. 경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힐의 차 역시 고장났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힐도, 슈마허도 모두 경기를 끝내지 못하게 되면서 이전 경기까지 1점을 앞섰던 슈마허가 그 해 챔피언십 타이틀을 가져가게 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슈마허가 일부러 힐의 차와 충돌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벽에 한 차례 부딪혔던 슈마허가 차의 이상함을 느끼고 좋은 기회에 사고를 냈다는 것입니다. 힐도 "마지막 경기, 2위와 1점 차이나는 상황에서 라이벌이 치고 들어온다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크게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정이 어쨌든, 슈마허는 1994년 세계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아내의 헌신도 한 몫...슈마허 "늘 그랬듯, 코리나 응원 큰 힘"
반전의 반전 쓴 마지막 경기...“아내가 큰 힘 됐다” [권마허의 헬멧]
2012년 3월 호주 F1 그랑프리에 참가하고 있는 미하엘 슈마허의 모습. 연합뉴스
미하엘 슈마허의 우승 뒤에는 아내 코리나 슈마허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오랜 연인입니다.

슈마허는 늘 경기를 따라오는 코리나에게 감사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카메라에 함께 서고, 인터뷰에서 코리나를 언급하며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1994년 세계 챔피언이 된 호주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도 "늘 그랬듯, 아내 코리나의 응원이 이 순간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둘이 행복하게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은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 되기도 했습니다.

슈마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코리나는 "한 번은 저녁을 하는데 미하엘이 유일하게 청소와 설거지를 같이 했다. 그때 정말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다"며 "유머 감각도 뛰어난 데다 근사한 사람이라 사랑에 빠졌다. (미하엘은) 내게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코리나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F1은 전 세계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항상 시차가 발생하는데, 코리나는 슈마허의 충분한 수면을 위해 늘 배려했습니다. 코리나는 "한 번은 스즈키 경기 전 날 너무 잠이 안 왔다. 그래서 밤의 절반을 변기 위에서 보냈다. 미하엘을 깨우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내내 책을 읽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택에서는 미하엘이 코리나를 배려했다고 합니다. 코리나는 "집에서 미하엘이 일찍 나갈 때는 정말 조용히 준비한다"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나가기 직전에 내 팔을 쓰다듬으며 '이제 나간다'고 속삭인다. 늘 배려해준다"고 전했습니다.

아내의 헌신 덕분인지, 슈마허는 이후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1995년에도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라 2년 연속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죠.

정상의 자리에 오르자 그를 데려가려는 팀도 많아졌습니다. 다음화에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혹시 궁금한 팀, 선수가 있으면 메일이나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물론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