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환 교육부 차관
의과대학은 여러 차원에서 중요성과 특수성을 가진다. 의대는 앞으로의 의료체계를 이끌어 갈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며, 10년 이상 소요되는 의사 양성 과정의 첫 단계를 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0개 의대(1개 의전원 포함)만 의사를 양성할 수 있으며, 새롭게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여러 절차와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의대정원의 규모가 곧 미래에 배출될 의료인력 규모를 결정하며, 의학교육과정의 운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 이런 면에서 의대에는 대학으로서의 자율성과 함께 의료인력 양성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이 요구되며, 정부 또한 원활한 인력양성과 교육의 질을 담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교육부가 지난 9월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방안'을 수립한 것은 이러한 정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방안에는 의학교육의 여건 개선과 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2030년까지 교육부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약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원·시설·기자재 등 의대 교육의 인프라 확충, 의대 교육과정 혁신 지원, 대학병원의 교육·연구 역량 강화, 지자체와 연계한 우수 의료인력 양성방안 등을 담고 있다. 단일 계열에 대한 투자계획으로는 전례 없는 투자라고 평가될 정도로 의학교육 지원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담았다고 자부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3년간 국립대 의대 교원 1000명 증원계획에 맞춰 내년에 증원될 330명에 대한 채용절차에 착수했다. 의대 시설의 신속한 확충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고, 기자재 확보 등 교육 인프라 마련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관계부처 및 대학 현장과 소통하며 동 방안이 확실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다.
의학교육의 여건 개선은 한 단계씩 진행되고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 발표 이후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국민의 걱정이 크다. 그간 정부와 대학이 학생들의 수업 복귀와 학업 이행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 왔음에도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마지막 복귀 기회를 보장하고 2025학년도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10월 6일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학생들이 2024학년도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하되, 그럼에도 휴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고,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계획 준비 등을 통해 학사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비상대책 발표 후 대학 총장, 실무자 등과 협의하며 학내 구성원의 협업을 당부하고 있다. 학생들도 미래 의료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
일각에서는 의대 교육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고 지원하는 것이 교육기관인 대학과 정부의 책무라고 본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학사 정상화를 지원할 것이며, 의료인력 양성 공백을 고려하여 대학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것이다.
의대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유연한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
의대 증원 논의에 매몰되는 것을 넘어서서 위기에 봉착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 과제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때라고 본다. 의료개혁은 정부도 의사도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다. 의료계가 하루빨리 함께하여 정부와 함께 지혜를 모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