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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시스템LSI 인력도 메모리行

전영현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파운드리·연구소 인력 이동 이어
시스템온칩 팀 일부 파견 결정
HBM팀으로 이미 자리 옮기기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이어 시스템LSI사업부 일부 인력까지 메모리사업부로 재배치하며 위기 돌파에 사활을 걸었다. 전통적으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굳건한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의 부상 등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아성인 메모리 사업까지 흔들린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 5월 부임한 뒤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담팀 신설에 이어 파운드리사업부 인력 상당수를 메모리사업부로 이동을 결정했다. 또 차세대 기술연구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의 일부 인력을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파운드리사업과 함께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양대 축인 시스템LSI 인력을 메모리사업부에 파견하기로 내부적으로 잠정 결정했다. 현재 시스템LSI 사업부는 △시스템온칩(SoC)사업팀 △이미지센서사업팀 △LSI사업팀 등 팀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oC팀 일부가 메모리사업부로 파견되고, 이미 일부 직원들은 HBM 관련 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oC사업팀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두뇌인 '엑시노스' 시리즈 개발을 맡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출시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5'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500를 탑재하고자 했지만, 반복되는 수율(양품 비율) 문제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하반기 선보이는 갤럭시 폴드·플립의 엑시노스2500 탑재 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발등의 불'인 메모리와 HBM에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칩 설계에 특화된 SoC팀 인력이 HBM과 선단 D램 관련 부서로 이동하면 '맞춤형(커스텀)' 제품이 대세로 떠오른 D램 사업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결집시키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이 맞닥뜨린 '나 홀로 겨울'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의 3·4분기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 추월당할 것이란 전망도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HBM 외에 D램 제품에서 SK하이닉스의 선전이 이어진 점도 삼성전자 DS부문의 인력재편 가속화에 영향을 미쳤다.

[단독]삼성, 시스템LSI 인력도 메모리行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잇따른 메모리사업부 중심 인력 재배치는 '메모리 1위' 아성이 흔들리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레거시(구형) D램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나홀로 겨울'을 맞은 현실을 두고 업황이나 외부 효과가 아닌 기술력을 원인으로 꼽으며, 허리띠 졸라매기 대신 기술력 본연에 집중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위협받는 메모리… 기술력 '올인'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전반적으로 답보 상태에 빠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 대신 메모리사업에 '올인' 하며 DS부문 사업의 근간인 메모리반도체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앞서 '2030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 DS부문은 전 사업부에 고루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인공지능(AI)발 HBM의 부상으로 메모리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분산된 투자가 메모리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사업에 힘을 주며 '나홀로 겨울'을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파운드리사업부 인력의 메모리사업부 배치에 이어 설비기술연구소·반도체연구소 개편 등의 인력 재배치는 메모리사업에 대한 삼성 내부의 위기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과거에도 인력 재배치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바 있다. 권오현 전 DS부문장 당시 반도체연구소 인력 일부를 현장 일선 사업부로 배치하는 등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김기남 전 DS부문장 시절에도 시스템LSI 인력 일부를 메모리사업부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2.9%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올해 1·4분기 31.1%에서 2·4분기 34.5%로, 점유율 3.4%p가 상승하며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사의 중저가 D램 시장 공략도 거세다. 중국 1위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올해 들어 LPDDR4 등 중저가 D램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 DS부문의 3·4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4조~5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전망치인 6조7628억원에 뒤처질 것으로 예측된다.

■"메모리부터 초격차 명성 되찾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내부적으로 이번 위기를 허리띠 졸라매기 등 비용절감이 아닌 '기술력 복원'으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8일 삼성전자 3·4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은 HBM의 근간인 D램의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세 HBM 제품인 HBM3E 양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 10나노 4세대(d1a) D램의 재설계 결정을 내렸다. 통상 '타임투마켓(적시 개발 적시 공급)'이 중요한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으로 이후 5세대(d1b), 6세대(d1c) 등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고육책'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현재 6세대 10나노(d1c) D램에 사활 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더 나아가 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부터 양산까지 일원화된 7세대 10나노(D1d) D램 개발에 집중하며 메모리에서 초격차 기술력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미래 기술로 손꼽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그래픽처리장치용 D램(GDDR), 저전력 D램(LPDDR) 등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에서 속도조절에 나서며 라인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에 나섰지만 미래 연구·개발(R&D)에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TSMC의 유일한 대체 기업으로서 수율(양품 비율)과 품질 안정화에 만전을 기해 곧 도래할 초미세 공정 제품에 대한 '멀티 벤더' 수요에 편승하기 위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