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공세 거센데
낡은 규제로 '기울어진 운동장'
작년 방송사업 매출 4.7% 감소
영업익 21% ↓…지상파 -115%
최근 K드라마, K예능 등 이른바 'K콘텐츠'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방송업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1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구글, 넷플릭스 같은 해외 빅테크의 공세에 낡은 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이러다 다 죽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작년 방송사업 매출은 18조9734억원, 방송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7%, 19.0% 줄었다. 인터넷TV(IPTV)를 제외한 지상파, 케이블(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모든 매체의 매출이 감소했다. IPTV도 매출 증가세가 갈수록 꺾여 언제 적자로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면 프로그램 제작비는 5조6488억원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얼핏 보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제작건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제작비는 4년 전에 비해 15.2% 올랐다. 스타 배우, 작가들의 출연료가 치솟은 결과다. 이로 인해 지난해 방송사업자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4% 감소한 3조5억원에 그쳤다. IPTV를 제외한 대다수 매체들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고, 지상파와 일반 PP는 적자로 돌아섰다. IPTV의 영업이익 증가율도 0.5%에 불과하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인데도 방송법 개정은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정쟁으로 인해 방송법은 매번 국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헌법이 9차례 개정되는 사이 방송법은 단 2차례만 개정됐을 뿐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하면서 제작비용은 올라가고 광고는 줄어들면서 광고에 기반한 간접지불 모델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방송·영상과 관련된 정책 거버넌스가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눠져 있는데 이제는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정치권에서도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국내 방송업계가 어렵다고 해서 넷플릭스, 유튜브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제 미디어 산업구조가 바뀌고 국내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 3년 정도밖에 시간이 안 남았다고 보는데, 정부도 규제시스템을 수정하고 투자진흥정책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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