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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완성차 첫 폐배터리 공장" 인구 8천 소도시에 벤츠 회장, 獨총리까지 떴다 [FN 모빌리티]

벤츠, 완성차 중 배터리 재활용 공장 첫 구축 현대차그룹, 현대글로비스 통해 재활용 사업 추진 숄츠 獨 총리 "中 전기차 도전, 맞서야" 벤츠,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희소광물 추출

[르포] "완성차 첫 폐배터리 공장" 인구 8천 소도시에 벤츠 회장, 獨총리까지 떴다 [FN 모빌리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21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소도시 쿠펜하임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체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에 참석, 배터리 핵심 광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왼쪽 첫번째)등 벤츠 주요 관계자, 주정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르포] "완성차 첫 폐배터리 공장" 인구 8천 소도시에 벤츠 회장, 獨총리까지 떴다 [FN 모빌리티]
21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소도시 쿠펜하임에 문을 연 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체 배터리 재활용 공장 내부.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쿠펜하임(독일)=조은효기자】 "나흘이면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셀 제조를 위한 핵심 광물 추출이 가능하다."(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
독일 완성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직접 확보, 전기차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벤츠 중고차 매입 기반을 만들어 전기차 시장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공세에 시달렸던 독일 완성차 업계가 모처럼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인구가 채 1만명도 되지 않는 독일 남부 소도시에서 개최된 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엔 독일 정부 및 주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독일 간판산업인 자동차 산업 사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獨총리 "한국차 공세 때처럼, 中에 응전해야"
벤츠는 21일(현지시간)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라인강변에 인접한 소도시 쿠펜하임에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언론 100개사, 숄츠 독일 총리, 테클라 발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을 개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첫 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이자, 유럽지역 첫 '기계식·습식 야금' 통합 공정 구축이다. 숄츠 총리는 "벤츠가 결단력을 갖고,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투자했다"며 "과거 한국, 일본차 업계와 치열한 경쟁이 있었듯이,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맞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유럽 최초의 기계식·습식 야금 통합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원자재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배터리 재활용의 전 과정을 완성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완성차 업체가 직접 배터리 재활용 공장 운영에 뛰어든 것은 벤츠가 첫 사례다.

[르포] "완성차 첫 폐배터리 공장" 인구 8천 소도시에 벤츠 회장, 獨총리까지 떴다 [FN 모빌리티]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쿠펜하임의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에서 록사나 마리아 트루타 배터리 재활용 공정 개발 담당 매니저가 배터리 재활용 공정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츠는 전동화 전환 의지에 따라, 과거 차체 공장이었던 쿠펜하임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설(건물 면적 6800㎡)로 탈바꿈시켰다. 벤츠가 이 공장 건설에 투자한 금액은 수천만 유로에 달한다.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셀의 핵심광물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작업이 전개된다. 독일 기계 엔지니어링 회사 SMS그룹과 호주 네오메탈스의 합작사인 '프리모비우스'가 기술 협력사로 참여했다. 폐배터리는 벤츠 중고차와 벤츠 연구소 사용 배터리 등 크게 두 가지 경로로 확보할 계획이다. 벤츠 외 다른 브랜드에서 나온 폐배터리는 작업 대상이 아니다. 업계에선 벤츠가 전기차 점유율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중고 벤츠 전기차 매입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공장 내부 완전 공개...배터리 광물 회수율 96%
[르포] "완성차 첫 폐배터리 공장" 인구 8천 소도시에 벤츠 회장, 獨총리까지 떴다 [FN 모빌리티]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쿠펜하임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내부 모습. 사진=조은효 기자
벤츠가 완전 공개한 공정과정은 폐배터리 모듈 파쇄를 시작으로 진행된다. 파쇄기에 넣는 순간부터 고순도 광물 추출까지는 단 나흘이 걸린다.

파쇄 및 공정을 거쳐 검은 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인 '블랙매스'가 만들어지면 후처리 공정을 거쳐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고순도 희소금속 추출이 이뤄진다. '기계식·습식 야금 방식'은 유럽 내 여타 배터리 재활용 공정과 차별화 포인트다. 습식 야금이란, 물리적으로 배터리 셀을 조각내는 공정에 황산과 물을 이용, 액체 상태로 만들어 원하는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롭 할로웨이 벤츠 승용차·밴 부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은 "미래 준비를 위한 도시 광산사업"이라며 "기계식·습식 야금 재활용 공정을 통해 희소금속 회수율을 96%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통상, 니켈·코발트 회수율 95% 이상, 리튬 회수율 80∼85% 이상을 재활용 사업의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벤츠는 이곳에서 연간 2500t의 폐배터리 처리를 통해 배터리 희소 금속을 추출, 신차용 배터리 모듈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폐배터리 2500t이면, 전기차 5000대분(약 5만개 모듈 생산)의 새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고 벤츠 관계자는 전했다.
내년 중반까지는 파일럿(시점)생산 기간이다. 벤츠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폐배터리 물량이 확대되면 이 공장만으론 안 될 것"이라며 추가로 배터리 재활용 공장 증설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벤츠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약 24만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