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외 언론에서 전 세계 주요국의 출산율 하락 현상을 인구구조의 ‘한국화(South Koreanification)'라고 부를 정도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 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한국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추세로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유럽, 아시아의 인구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과 해법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3초(超) 위기 앞 한국, 획기적 인식 전환 필요"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2일 '국내외 석학들이 바라본 저출산·고령화의 영향과 해법'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지난 3월 한경협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와 개최한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 인구문제 관련 국제세미나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은 초저출생, 초고령사회, 초인구절벽이라는 3초(超)의 위기 앞에 서 있다”고 강조하고, “오늘 세미나에서 논의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국가 인구 전략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니콜라스 에버슈타드 미국기업연구소 박사는 "인류는 이미 인구 감소의 시대에 진입했다"며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인류의 자발적 선택으로 인한 결과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인류는 인구 감소·수축·노화가 상수화된 사회를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韓 저출생은 개인 문제 아닌 시스템 실패의 징후"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스튜어트 기텔-바스텐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도 인구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텔-바스텐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을 단순히 당장 해결되어야 할 ‘문제(problem)'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실패를 알리는 ‘징후(symptom)'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결국 우리가 미래에 어떤 종류의 사회를 원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이를 위해 “단순 인구 중심 접근에서 사회 중심 접근으로, 정책 집행도 하향식 접근에서 상향식 접근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토마스 소보트카 비엔나인구학연구소 박사는 유럽과 동아시아의 저출산 트렌드를 비교했다. 소보트카 박사는 “동거 형태가 다양하고, 결혼-출산 간 연계가 약한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 국가는 문화적으로 여전히 결혼 이외의 동거 형태가 제한적이고, 혼후(婚後) 출산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무시한 재정 지원 정책은 결국 출산율 반등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는 한국을 사례로 저출산·고령화가 지역별·산업별 노동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10년 후엔 보건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인력이 수십만 명 부족할 것으로 봤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고기술 업종이, 울산 등 동남권에서는 제조업 전반에서 대규모 노동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지역별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을 고려한 맞춤형 인구정책을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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