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3일 공개매수 마무리
내년 3월 주총까지 분쟁 장기전
박기덕 사장 "국민연금 믿는다"
영풍 "위법성, 본안소송서 가려야"
22일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종결을 하루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시장교란 행위이자 '원천 무효'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3일 공개매수가 마무리돼도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 경영권 싸움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장기화될 전망인 가운데, 고려아연은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과 기존 우호세력에 대해 "믿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들의 공개매수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들은 연이어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이에 5.43%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유인된 역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MBK·영풍 및 장형진 고문 측은 고려아연을 경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을 실사한 적이 없고, 사업과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 영풍·MBK도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 장병희 창업주가 고려아연의 사장을 맡기도 하는 등 창업 초기 장씨 가문도 고려아연을 경영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날 법원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것에 대해서도 "위법성은 본안 소송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23일 마무리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MBK가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MBK·영풍의 지분율은 38.47%까지 높아졌다. 반면 최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 지분은 현재 34.05%다.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목표 물량은 20%(베인캐피탈 2.5% 포함)다.
경영권 분쟁이 향후 주총에서 의결권 확보를 위한 표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려아연 지분 7.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박 대표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현대차·LG·한화 등 지분의 표심 향방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우호지분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올해 초 주총에서 우리 안건에 모두 동의했다. 변함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 일정은 추후 이사회나 내부 의견 논의를 통해서 정할 계획이다.
한편 최 회장 측은 이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 중 하나인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했다. 지난 21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 결과 최대 목표인 551만2500주의 99.6%에 해당하는 549만2083주를 확보해 사실상 목표 물량을 채웠다.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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