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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를땐 좋았는데" 채권 인버스 ETP 주의보

채권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구조
금리 인하기 진입하며 손실 확산
일부 상품 조기 상장폐지 가능성

금리 상승기 대거 나왔던 채권 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손실률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오르는 구조와 역방향을 탄 상품 특성으로 손실이 늘면서 관련 상품들의 상장폐지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국채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 24개 중 지표가치(IV)가 100억원 미만인 상품(21일 기준)은 과반인 13개로 집계됐다. 전체 상품 평균 IV도 112억원을 간신히 넘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당시 2.947%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일 2.902%로 마감했다. 이는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만큼 여기에 거꾸로 투자하는 인버스 금융상품 성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하반기 들어 지난 21일까지 성과 산출이 가능한 22개 국내 인버스 ETN 손실률은 4.41%를 기록했다. 인버스 3배 추종 상품은 -15%대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 부진이 지속될 경우 만기 전 조기 상장폐지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대신 인버스 3X 국채 10년', '대신 인버스 국채 10년' 등에 대해선 발행사인 대신증권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상태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정규시장 종료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가치(IIV)가 전일 종가 대비 80% 이상 하락 △종가 기준 IIV가 1000원 미만 △괴리율 100% 이상 등에 해당하면 조기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투자자는 최종거래일 IV 만큼 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상환 받게 되긴 하지만, 당초 목표수익률은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만기를 5~10년 정도로 설정해놓은 만큼 장기 투자를 염두에 뒀던 투자자 입장에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국채 인버스 ETN만 18개를 운용하고 있다. 대부분 금리가 급히 뛰었던 2021년, 2022년에 나왔던 상품들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채 인버스 ETF 6개 중 순자산총액이 100억원을 넘는 상품은 1개뿐이다.
하반기 들어 계산한 평균 수익률 역시 -1.06%다. ETF는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낮아지면 소규모펀드로 지정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버스는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헤지 용도로 쓰는 상품 유형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길게 가져가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시중금리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로 갈 것인 만큼 그 과정에서 단기차익을 취할 목적으로 인버스 전략을 쓰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