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중소기업 현황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수는 804만개다. 2016년 600만개, 2020년 700만개를 돌파한 바 있다. 2년 만에 800만개를 넘어섰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려는 듯 증가세가 맹렬하다.
중소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의한다. 가령 제조업은 매출액 1500억원 이하이다. '이하'라서 매출액이 증가하면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난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2022년 465개이다.
여기에 국세청 자료를 빌리면, 2022년 폐업한 사업자는 87만명이다. 이만큼 중소기업 범위에서 제외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수가 33만개 증가했다. 적어도 최소 100만개 이상이 생겨난 것이다. 흔히 이를 창업이라고 한다. 다만 이론적으로 사업자를 모두 중소기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적어도 꽤 많은 창업이 일어났음은 유추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0만개, 2021년 43만개가 늘었다. 그나마 2022년은 33만개 증가에 그쳤다. 비교적 창업이 쉬운 도소매업이 16만개 늘었고, 숙박 및 음식업도 2만2000개가 생겨났다. 학원으로 대표되는 교육서비스업도 1만8000개가 늘었다.
중소기업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생계형 창업이다. 창업하는 분들은 대부분 라면을 팔아도 내가 끓인 신라면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계형 창업은 늘 수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우면 생계형 창업은 더 늘어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를 경험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망자보다 신생아가 더 많으면 인구는 증가한다. 지금은 신생아(창업)는 고만고만한데 사망자(폐업)가 늘지 않는 게 문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손실보상과 재난지원금이 쏟아졌다. 거기에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정부 지원이 증가했다. 버텨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가게 문은 닫았지만, 폐업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버티는 이유는 더 있다. 창업하면서 받은 사업자 대출이 발목을 잡는다. 폐업하면 이를 상환한다. 장사가 안돼서 대출금도 못 갚을 상황인데 폐업하면 큰 문제다. 그러니 가게는 닫고 대리기사라도 하면서 이자를 낸다. 버티는 게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고물가로 매출액이 커진 중소기업이 많아졌다. 매출액이 커지면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주는 혜택이 많고, 중견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이 많다. 그래서 창업을 통해 매출을 쪼개고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한다. 이런 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매출 확보가 쉬워 중소기업 지원을 받기도 쉽다.
중소기업 수가 너무 많다. 유럽연합(EU)에서 중소기업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탈리아로 366만개다.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은 246만개다. 인구가 우리의 두 배인 일본은 342만개다. 나라마다 중소기업 기준은 다르지만, 한국의 중소기업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중소기업은 경제의 부담이다. 중소기업은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다. 헌법에 쓰여 있다. 중소기업이 많은 것은 정부가 돌봐야 할 대상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정 상황이 여의찮으면 생계형 소상공인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상이 많으니 투입 효과는 떨어지고, 효과가 작으니, 아우성은 커진다. 이쯤 되면 중소기업 정책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 행위가 된다.
창업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창업 지원을 줄여 창업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폐업을 유도해야 한다.
굳이 정책을 더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의 대환대출에 신용회복을 덧대고 재도전 기회를 촘촘히 연계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그리고 매출액 기준을 상향하되 '쪼개기 창업'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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