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구 용인산림교육센터 산림교육전문가
나무 매력에 빠져 교육자격증 취득
용인자연휴양림서 숲해설가 활동
자연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게 중요
숲길 걸으며 꽃·나무 만지는 경험
도시에 지친 사람들 마음 치유할 것
강충구 용인산림교육센터 산림교육전문가 사진=정순민 기자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미국의 생물학자 겸 작가인 레이첼 카슨(1907~1964)이 한 말이다.
경기도 용인산림교육센터에서 숲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강충구 산림교육전문가(68·사진)의 명함에는 카슨의 이 말이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자연은 책을 통한 공부보다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정광산(해발 562m) 자락에 자리 잡은 용인자연휴양림은 수려한 자연경관에 숙박시설과 캠핑장, 산책로, 어린이놀이터 등을 갖춘 체류형 휴식처다. 여기에는 또 다양한 숲 체험과 교육을 통해 자연을 올바로 알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용인산림교육센터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강씨의 터전이자 직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3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은퇴한 강씨가 숲해설가로 나선 것은 5년 전인 지난 2019년부터다. 평소 나무와 숲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 용인유아숲체험원 등에서 일하다 올해 초 용인자연휴양림 산림교육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휴양림이 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1주일에 5일간 이곳으로 출근해 숲길등산, 숲해설, 산림치유, 목공체험 같은 산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행복한 숲, 너의 숲'이나 '유아 숲체험'처럼 직장인이나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중 강씨가 추천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은 '숲길등산'이다. 숲해설이나 산림치유 같은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일부가 실내에서 진행돼 상대적으로 정적인 반면, 숲길등산은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끝까지 야외에서 진행돼 동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을 기쁨과 행복의 세계로 안내하는 쾌(快·pleasure)는 동(動)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숲길등산은 용인자연휴양림 내 숲길을 걷는 1시간30분짜리 단축 코스부터 휴양림 밖 청년김대건길(용인 은이성지~안성 미리내성지)을 따라 10.3㎞ 구간을 걷는 5시간짜리 코스까지 다양하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오랜만에 도심을 벗어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꽃과 나무를 보고, 만지고, 숲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나무와 꽃의 이름을 알고, 지역의 역사를 배우고 공부하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레이첼 카슨의 말처럼 자연을 아는 것은 자연을 느끼는 것의 절반만큼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용인자연휴양림 내 숲길을 걷는 1시간30분짜리 단축 코스 맨 마지막에는 나무 사이에 해먹을 직접 설치하고 '숲멍'을 해보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지난 5년간 숲해설사로 일해온 강씨의 경험에 의하면, 이 해먹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 "누에고치같이 생긴 해먹에 몸을 의지해 하늘을 바라보며 숲속에 부는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물소리를 들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잠깐의 시간이 도시 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의 순간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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