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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안고는 어렵다...'삼성 위기론' 속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회장

별도 메시지 없이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
연말 인사·조직 개편 구상...폭 두고 내부서도 설왕설래

사법리스크 안고는 어렵다...'삼성 위기론' 속 취임 2주년 맞은 이재용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2년을 맞았다. 삼성을 둘러싼 안팎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이 회장이 내놓을 위기 타개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태풍의 눈...위기 속 '조용한' 취임 2년
이재용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과 아키오 도요타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하지만 취임 2주년 관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부당 합병에 대한 2심 공판이 2주 간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개 메시지를 내기엔 부담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진을 대표해 '반성문'을 낸 만큼, 이 회장은 당분간은 향후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회장 승진 당일에도 별도 취임식 없이 예정대로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으며, 취임 1주년인 지난해에도 재판에 출석했다. 다만 올해는 선친인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4주기를 맞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21일), 추모 음악회(24일), 추도식(25일) 등에 잇따라 참석했다.

지난 24일에는 추모 음악회에 앞서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전영현 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부회장) 등과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현안을 공유했다. 25일에도 추도식 이후 삼성 현직 사장단 50여명과 함께 1시간가량 오찬을 하며 소통했다.

■내부에선 사법리스크, 외부선 조직 문화 지적
이 회장은 이미 앞서 여러 차례 삼성이 처한 현실과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미래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게 내부 의견이다.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사장단 오찬에서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2021년 11월에는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 사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잇따르며 이 회장의 우려는 현실화했다.

메모리 핵심 인력 유출과 조직 문화도 삼성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술보단 재무에 중점을 두며 더뎌진 기술 혁신, 조직 간 책임 떠넘기기와 만연한 보신주의 등이다.

이 회장은 2022년 6월 유럽 출장 후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 오고, 또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인사·조직개편 폭 두곤 내부서도 설왕설래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 말에 있을 연말 인사 폭과 조직 개편 규모에 관심이 모이지만, 내부 분위긴 갈린다. 쇄신의 방향성을 인사 폭보다는 성과 보상 체계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는 소폭 인사로 안정에 무게를 둔 대신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인사를 단행하며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쪽을 택했다.
다만 이례적으로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장급의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삼성전자 DS 부문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고, 메모리사업부를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