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삼성전자 4조 이상 사들여
낙폭 과대에 저가 매수세 몰려
美 반도체주는 추가 상승 기대
증권가 "AI 확대로 전망 밝아"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주를 쓸어 담고 있다. 조정을 겪는 국내 반도체주에는 저점 매수 전략을, 상승 곡선을 그리는 미국 반도체주에는 추격 매수에 나서며 반도체주의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4조27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압도적인 순매수 1위다.
특히 개인은 이달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외에도 개인은 한미반도체를 906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들의 반도체를 향한 러브콜은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서학개미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를 1억5591만달러(한화 약 2160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개인 투자자 순매수 2위 종목에 올렸다. 해당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반도체 지수가 상승할 경우 수익을 얻는다.
이어 서학개미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6101만달러(한화 약 845억원)어치 사들였으며, 미국 최대 반도체 ETF인 '반에크 반도체'도 2837만달러(한화 약 3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는 낙폭 과대에 따른 저점 매수세가, 미국 반도체주에는 추가 상승 기대감에 따른 추격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달 삼성전자는 장중 5만5000원선까지 떨어지며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한미반도체 역시 이달에만 11.82% 떨어졌다.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일 5024.94에서 지난 25일 5212.83으로 3.74% 올랐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밑으로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자 장기적으로 바닥이 아니냐는 인식이 확대됐다"며 "지나친 저평가라는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반도체주에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는 추격 매수가 나타난 경우"라며 "최근 강세장에 따라 단기 고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결국 반도체가 지수를 선도하는 주식이며, 조정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보내고 있다. AI(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과거처럼 급격하게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수요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 이로 인한 내년도 감익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판단된다"며 "제한적 공급 속에서 내년도 범용 반도체의 반등과 AI 강세가 맞물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기업을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파운드리, 수요 모두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라며 "PC와 스마트폰 수요에 대해서는 계속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AI 익스포저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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