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감독 "의상 등 세세히 고증"
미술팀 1000명이 만든 로마제국
콜로세움 실제 크기의 60% 재현
주인공 캐스팅까지 '단 30분'
폴 메스칼 "삶 통째로 뒤바뀌어"
역대급 벌크업으로 검투사 변신
'글래디에이터2' 스틸컷
'글래디에이터2' 스틸컷
"콜로세움에 들어서자 모든 것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24년 만에 돌아온 '글래디에이터Ⅱ'의 중심에는 로마 장군 출신의 노예 검투사 '막시무스'가 있지만 그를 연기한 러셀 크로우는 없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이자 '막시무스'를 지지했던 '루실라 공주'를 연기한 코니 닐슨이 전편과 속편을 잇는 중심 인물이다.
닐슨은 지난 25일 한국 언론과 가진 화상 컨퍼런스에서 "다섯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같은 역할로 돌아오게 돼 너무나 놀라운 선물이 됐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글래디에이터2' 촬영 현장의 리들리 스콧 감독(왼쪽)과 주인공 폴 메스칼
■속편은 모자 이야기로 출발
'글래디에이터'는 2000년 개봉해 전 세계 4억6000만달러(약 6388억원)의 흥행을 기록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시각효과상 등 5관왕을 휩쓴 액션 블록버스터 시대극이다.
속편은 막시무스가 죽은 지 20여년이 지난 시점, 폭군 카라칼라 황제가 통치하는 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한다. 로마제국에 정복당한 변방 누미디아의 청년 루시우스(폴 메스칼 분)가 로마에 끌려와 검투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속편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마다 반문한다"며 "책이나 대본을 써본 적이 있냐고,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속편을 쓰는 것은 더욱더 그렇다"고 말했다.
1편이 나오고 4년 뒤 작가가 집필한 대본은 영 마음에 안 찼다고 한다. 그렇게 묵혀둔 이야기는 1편에서 생존한 모자 이야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속도가 났다.
속편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1000년 넘게 이어진 로마제국 한복판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로마제국과 콜로세움의 재현을 위해 약 1000명의 미술팀을 꾸리고 바티칸 박물관 등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꼼꼼한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특히 콜로세움은 실제 크기의 60%에 달하는 세트로 직접 지어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검투사들의 결투장면은 '글래디에이터Ⅱ' 주요 볼거리인데, 무자비한 동물과 겨루는 날것 액션부터 콜로세움에 물을 채우고 상어를 푼 뒤 검투사들이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한 장면까지 장관이 펼쳐진다.
스콧 감독은 "당시 로마의 건축, 의상, 생활양식 등 한마디로 로마 냄새가 날 정도로 세세히 조사하고 고증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갖고 어떻게 나만의 버전으로 영화를 만들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어떻게 영화로 효과적으로 가져올지도 늘 생각한다. 영화는 재미뿐 아니라 정보도 줘야 한다"며 "당시 기독교인들이 콜로세움에서 산채로 잡아먹혔다. 그렇게 끔찍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다"고 바랐다.
스콧 감독은 앞서 모세와 유대민족의 이집트 탈출기를 소재로 한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을 연출했다.
속편의 주역은 칸영화제 초청작 '애프터썬'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폴 메스칼이 거머쥐었다. 다소 낯선 얼굴의 메스칼은 "'글래디에이터2'에 합류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글래디에이터2' 덴젤 워싱턴, 코니 닐슨, 폴 메스칼, 프레드 헤킨저(왼쪽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트장 발들이면 로마인 된 기분"
폴 메스칼은 "영국 런던에서 연극을 하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며 "감독님이 매사 좀 빨리빨리 움직인다. 30분 줌 미팅 후 빠르게 캐스팅을 결정했다. 내 삶이 완전히 뒤바뀌겠구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최고의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검투사 역할이라 그는 촬영 내내 몸만들기에 몰두했다.
메스칼은 "굉장히 많은 닭가슴살과 브로콜리를 먹었다"며 "매일 아침 트레이닝을 했다. 감독님은 항상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촬영이 끝날 때쯤에서야 제 어깨를 잡고 '거의 다됐다'고 했다. 제 몸을 역대 가장 크게 키웠다"고 촬영 비화를 밝혔다.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 주·조연상을 석권한 덴젤 워싱턴은 강한 권력욕을 지닌 전투사들의 주인 '마크리누스' 역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세트장에 발을 들이면 굉장히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며 "그 압도적인 현장 덕에 내 역할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놀라운 것은 정말 많은 카메라가 있었지만, 늘 1~2테이크에서 오케이가 났다"며 "동물이 나오는 장면에서만 세 컷 정도 촬영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스콧 감독은 "광고를 찍다 40세에 첫 영화를 찍었다"며 "덕분에 30~60초면 필요한 정보를 다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연출관을 설명했다.
쌍둥이 황제로 분한 프레드 헤킨저는 이날 '같이 작업하고 싶은 한국 영화인'으로 박찬욱 감독을 꼽았다. 11월 13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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