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위치한 영등포역을 지나는 경부선 지상철도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리 동네에 경원선 지나는데 공사 언제 시작되나요."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3일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전화기에 불이 났다. 경부선과 경원선 67.6km 전 구간의 지하화 추진 계획을 밝히자, 해당 지상철도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한 것이다.
■"우리 집 근처 개발되나요" 집값 수혜 기대감
서울시 관계부처에 따르면 시민들은 이날까지도 경부선·경원선 지하화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등 해당 사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집이 경인선 라인인데 여기도 다 개발되나요"라는 질문부터 "열차 소음으로 불편했는데 지하화 하는 것에 적극 찬성"이라는 의견 전달도 쏟아졌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하는 것은 철도지하화가 교통 단절, 소음·진동 등 공해로 인한 생활 불편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인근 부동산의 지각변동도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역 인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30대 A씨는 "남편이 지방 출장이 잦아 서울역 근처에 집을 마련했는데 서울역이 지하화되면 공원도 생기고 집값도 오르고 호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거주 중인 40대 B씨도 "회사가 문래동인데 출퇴근 길이 쾌적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부동산 가치도 오르겠구나 하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오는 12월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대상 사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부선이 지하화되면 △서울역 △영등포역 △노량진역 등이, 경원선이 지화화 될 경우 △청량리역 △창동역 △도봉산역 등의 인근 지역의 부동산이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연트럴파크 인근 집값 4년만에 두 배 상승
실제로 지난 2015년 경의선 폐철길을 산책로로 탈바꿈한 연남동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의 경우, 개장 후 인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3㎡에 2000만원 내외에 거래됐던 연남동 단독 다가구는 2017년 11월 3.3㎡ 당 5000여만원까지 올랐다.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연트럴파크를 품고 있는 연남 코오롱하늘채(2003년 입주)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2014년 2월 4억7900만원에 거래됐지만, 숲길 개장 후 가격이 급상승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15년 8월 5억1100만원 △2017년 10월 6억1300만원 △2018년 10월 8억4500만원 등으로 상승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다만 이번 지하화 발표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발표만으로는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실행법인 도시관리계획으로 확정되면 그때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기간이 최소 15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간 프로젝트인 만큼 어느지역이 첫 삽을 뜨는지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노선별로 검토를 거친 후 서울시 제안대로 경부선과 경원선 지하화를 동시에 추진할지, 어느 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추진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 곳만 선정될 경우 나머지 사업은 추후 신청할 수 있다"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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