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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지수' KRX100과 비슷…기관도 매력 없어 투자 머뭇 [갈길 먼 코리아 밸류업지수]

(上) 정부 주도에도 차별성 없어
한달 수익 1.9%로 안정적이지만
종목별 시총한도 15% 제한되고
코스닥 종목 담기는 것도 '약점'
ETF 나와도 兆단위 모집 불투명
"초기 3000억~4000억이 합리적"

'잊힌 지수' KRX100과 비슷…기관도 매력 없어 투자 머뭇 [갈길 먼 코리아 밸류업지수]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존재감이 미미해진 'KRX100'이나 'KRX300'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코스피200이나 KRX300 등 비교되는 다른 지수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를 추종하는 상품을 조만간 출시하더라도 운용자금이 얼마나 모일지 불확실할 뿐 아니라 효과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29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거래소 데이터 기준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기존 주요 지수들의 수익성 및 안정성 등을 비교한 결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출범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8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 수익률은 1.9%이다. 비교되는 지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이 외에 같은 기간 코스피(-4.46%), 코스피200(-2.61%), KRX300(-4.11%) 등은 손실을 봤다.

안정성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샤프지수는 0.09인 반면 코스피는 -0.25, 코스피200은 -0.14, KRX300은 -0.21 등이다. 샤프지수는 투자수익과 리스크 사이 상관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매력적인 투자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오는 11월 밸류업 지수선물이 상장되고 코리아 밸류업 ETF가 상장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기 자금 투자 규모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한국거래소에서는 10개 이상 운용사에서 조단위 투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 모이는 자금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 ETF 상장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은 편인데 수익기관의 참여가 동반되지 않은, 거래소 자체적 추진사항으로 본다면 국내 운용 현실에서 기대치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며 "밸류업 지수에 대한 관심과 수익기관 참여 등을 감안하면 초기 ETF 운용자산(AUM)은 3000억~4000억원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벤치마크 지수로 꼽히는 코스피200과 달리 코스닥 종목이 담기고 종목별 비중한도를 최대 15%로 정해 연기금 투자를 받기에 더 불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KRX 지수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한계점으로도 꼽힌다.

실제 KRX100 지수는 2000년 1월 4일 1000을 기준으로 지난 2005년 시작해 현재 5500대까지 올랐지만 인지도가 코스피보다 크게 떨어져 2018년 2월 새 통합지수 KRX300이 출시됐다. KRX100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둘 다 상위 100종목을 꼽은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인 데다 대형주 쏠림을 피하기 위해 종목당 비중을 15% 이내로 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경우 정책효과를 위해 출범한 만큼 정부가 적극 밀어주고 있다. 하지만 '반짝 기대'에 효과가 그친 채 동력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30%로 제한되던 코스피200, KRX300 등의 시가총액 상한제는 지난 2020년 결국 폐지됐다.

seung@fnnews.com 이승연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