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리고 TSMC 손 잡는 삼성
엔비디아 올라타 실적 반전 꾀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3분기 부문별 실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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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
영업이익 |
반도체(DS)부문 |
29.27조 |
3.86조 |
디바이스경험(DX)부문 |
44.99조 |
3.37조 |
삼성디스플레이(SDC) |
8조원 |
1.51조 |
하만 |
3.53조원 |
0.36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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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가 엔비디아·TSMC 카드로 반전을 꾀한다.
반도체(DS) 부문이 올해 3·4분기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낸 가운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공급 임박을 시사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또 HBM 대전의 변곡점이 될 6세대 HBM4 제품을 두고는 TSMC를 비롯한 경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적과 동침'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10월31일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4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전체 HBM 3·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4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4·4분기 HBM3E 비중은 50%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메모리 업계 격전지로 떠오른 HBM3E 제품에 대해 김 부사장은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공히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언급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 제품은 8단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의 HBM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적극 불식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면서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HBM4와 관련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부사장은 "커스텀(고객 맞춤형)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스 다이는 HBM의 핵심 기술로, 삼성은 그동안 자체 파운드리를 통해 조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자존심을 버리고 TSMC와의 경쟁과 협력에 나섰다"면서 "삼성전자가 HBM에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또 역대급 설비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방향타는 난항을 겪는 파운드리 대신 HBM과 DDR5 등 고부가 차세대 메모리 제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쪽으로 잡았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DS부문은 3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력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메모리 사업은 7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일회성 비용을 포함해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2조원에 육박하며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갤럭시 S24 등 판매 호조에 따라 매출 44조9900억원·영업이익 3조3700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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