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상여 가마를 장식하던 '꼭두'
망자를 안내·호위하고 위로한다 여겨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기증한 250점
재주를 부리는 광대·호랑이를 탄 무사 등
국립민속박물관서 내년 3월까지 전시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낯선 이별에도, 허망한 발걸음에도 웃음 잃지마요!"
말을 탄 무사 꼭두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은 언제나 두렵다. 다시 맞이해야 하는 새로운 세상이 과연 있을까. 떠나보내는 사람과 가야 하는 사람 모두 슬프고, 걱정이 많다. 그러나 예로부터 정 많은 선조들은 낯선 이별에도 먼 길 혼자 가야 하는 망자에게 배려를 잊지 않았다. 영원으로 가는 고단한 길에 미소와 해학이 넘치는 친구들을 망자 곁에 놓아뒀다. 그 친구들의 이름은 '꼭두'다. 꼭두의 존재로 산 자는 망자 걱정을 한시름 덜고, 그로 인해 장례는 슬픔을 뒤로 둔 채 축제가 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은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기증한 꼭두 250여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내년 3월 3일까지 선보인다고 10월 31일 밝혔다.
꼭두는 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가마인 상여 장식의 하나를 뜻한다.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존재로서 망자를 안내하고 호위하며, 시중들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꼭두는 상여 종류에 따라 최소 30여점에서 최대 100여점까지 장식했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꼭두는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꼭두는 조선시대에도 신분에 관계 없이 화려하게 꾸미도록 허가해줬는데, 망자를 기쁘게 보내주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꼭두를 기증한 김 관장은 20대 초반 서울 청계천 골동품 가게를 드나들다 우연히 상여 장식에 쓰이는 목각 인형을 알게 된 뒤 반세기 가까이 '꼭두 엄마'로 살았다. 그는 가게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목각 인형이 당시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겨 '나의 삶에 그리고 목각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전국 곳곳을 오가며 인형을 모았고 조사를 거듭한 끝에 꼭두라는 이름도 찾아줬다. 그렇게 모은 꼭두 1100여점을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기증자의 일생과 꼭두와 상여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재조명한다.
특별전에 배치된 주요 꼭두인 '갓을 쓴 남자와 동자'는 죽음에 이른 망자를 맞아 돌봐주고 시중을 들어주는 시종 꼭두다. 남자와 동자가 함께 서 있는데, 남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동자의 한쪽 귀를 잡고 있다. '재주를 부리는 광대'는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꼭두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놀이판에서 재주를 부려 망자를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악공 꼭두'도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해 장례를 더욱 축제 분위기로 만든다.
꼭두는 망자를 저승까지 호위해주는 든든한 친구가 돼 주기도 한다. '호랑이를 탄 무사(아래 사진)'는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호위 꼭두다. 갓을 쓰고 점 문양이 있는 단을 입고 있는 무사는 근엄한 표정으로 호랑이를 탄 게 인상적이다. '말을 탄 무사'도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지켜주는데, 갓이나 투구를 쓰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타고 있다.
이밖에 특별전은 꼭두와 함께 실제로 장례에 사용됐던 상여들을 함께 배치해 망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전시장을 꾸몄다. '꼭두와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에필로그' 공간에서는 마침내 저승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망자의 이야기를 담은 실감형 미디어아트 콘텐츠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꼭두 특별전을 기획한 임세경 학예연구사는 "꼭두는 산 사람의 염원이 담긴 흔적"이라며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죽은 이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을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립민속박물관은 꼭두를 해외에서도 소개할 계획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도 꼭두는 민속박물관의 해외 전시 패키지로 편성돼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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