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코리아 밸류업지수
(下) 증시 전문가 제언
밸류업 취지 맞게 종목 조정 필요
ESG 지수처럼 2개이상도 가능
국민연금 등 기관 적극 참여해야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편입종목 객관성 강화와 대형주들의 관련공시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려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10월31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이 밸류업 지수 대중확 확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지수 조정'을 꼽았다. 지수에 포함돼야 할 종목이 포함되지 못했고, 포함되지 말아야 할 종목이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신영증권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55개 종목을 정성적으로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미약품·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한항공·주성엔지니어링 등 24개 종목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지수 편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와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는 모습이 부족했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도 편입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증권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준서 동국대학교 교수는 "진짜 밸류업(기업 가치 상승)되려는 기업이 포함돼야 하는데 애매한 상황"이라며 "우수기업이 아니라 유망기업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존에 잘 된 곳만 들어갔다. 밸류업 지수의 목적 적합성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DB금융투자 설태현 연구원은 "'(현재 구성종목들이) 지수 취지에 부합하나' 등의 고민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에 찍힌 KB금융지주·포스코·KT는 밸류업 지수에 쏙 빼고, 지배구조에 의문이 제기되는 종목들도 포함돼 밸류업 지수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지수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와 가장 비슷한 케이스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수"라며 "글로벌 ESG 지수가 상장되고 정부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어서 지수가 3개 정도 신설됐다. 코리아 밸류업지수라고 하나만 만드는 게 아니라 2개 지수는 더 신설될 수 있다. 시장 의견을 반영하면 투자도 선순활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등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거래소 공시채널에 따르면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26곳에 그친다. 예고·안내공시를 한 기업을 더해도 60곳이 안 된다. 재계 1위 삼성그룹부터 밸류업 공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과 성장성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밸류업 공시를 하면 삼성전자와 국내 증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제로 삼성전자도 밸류업 공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준서 교수는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 4개월 동안 10여 곳 밖에 없던 밸류업 공시 기업이 이달 들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전체 상장기업수에 비하면 적지만 연말에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도 밸류업 지수 정착의 관건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14.2%인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밸류업 지수를 국민연금기금 수익성 제고에 도움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를 보완하면 경쟁력 있는 지수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그동안 많은 지수들이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했지만, 밸류업지수는 ROE나 주주환원 등을 필터링하면서 퀄리티 섹터들이 많이 들어갔다"며 "실제로 ROE 등이 높은 종목들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도 "오는 11월 4일 상장되는 코리아밸류업지수 선물도 유동성이 확보된다면 유동성 공급자(LP) 입장에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또한 코스피200 지수선물과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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