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R&D 8조8700억 투입
AI·서버향 고수익 제품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사업 확대
8세대 V낸드 공정 전환 본격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전쟁에서 경쟁사와 베이스다이 협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HBM 주도권 확보 의지의 방증이다. HBM4의 베이스다이는 D램 칩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으로,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빅테크들이 HBM4와 관련해 삼성 파운드리의 수율(양품 비율)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삼성전자는 베이스다이를 '잘할 수 있는' 경쟁사인 TSMC와도 손잡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빅테크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메모리인 HBM4부터는 성능 향상을 위한 파운드리와 패키징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SK하이닉스는 TSMC 초미세 선단 공정을 활용해 HBM4를 개발 중이다. 삼성은 3·4분기에도 역대 연구개발(R&D) 비용 규모인 8조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하는 등 '초격차' 기술 지배력을 확고히 할 방침이다.
■R&D 선택과 집중
10월 31일 삼성전자 3·4분기 실적을 보면 메모리 사업은 시장의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조원 가까이로 추정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 감안 시 메모리사업부 이익은 최대 약 7조원으로 파악돼서다.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R&D 비용을 쏟아부어 인공지능(AI), 서버향 고수익 제품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R&D 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전체 영업이익이 6조5700억원에 그쳤던 지난해에도 R&D에 역대 최대인 28조3400억원을 투자했다. 사상 처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두자릿수(10.9%)를 기록한 해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도 1·4분기 7조8200억원(1·4분기 기준 최대), 2·4분기 8조500억원(분기 기준 최대)에 이어 3·4분기에도 역대 최대인 8조8700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첨단공정 기반 제품과 HBM,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을 통해 수익성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서버용 128GB 이상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및 모바일·PC·서버용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등 고사양 제품 판매를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8세대 V낸드로의 공정 전환을 본격화하고 쿼드레벨셀(QLC) 기반 고용량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거시 제품에 대해선 시장 수요에 맞춰 디램·낸드 모두 생산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생활가전 안정 수요 이을 것"
그 대신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 투자는 뒤 순위로 밀린다. 송태중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파운드리 캐팩스(설비투자) 집행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며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4분기 중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성 확보와 추가적인 경쟁력이 있는 공정 및 설계 인프라 개발을 통해 고객 확보에 더욱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제품에 시스템온칩(SoC) 공급을 집중하는 한편 차세대 2나노 제품 준비에 집중한다.
전년 대비 실적개선을 나타낸 영상가전과 생활가전 사업은 향후에도 수요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올 3·4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이익은 39.5% 늘었다. VD사업부는 대형 TV 등 전략제품 판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호전됐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박소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