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들, 기술 인재 부족과 근로시간 규제로 첨단 기술개발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 토로
-업계 "첨단산업 전문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규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우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fnDB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월 경기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이 한국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돈 잘 버는 근로자를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일괄적인 노동 규제를 지양하자는 논리다.
■돈 잘버는 근로자, 노동 규제 제외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인재 부족과 근로시간 규제로 세계적 첨단 기술개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상의 SGI는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업엔 유연한 인력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기업이 바라는 22대 국회 입법 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화(20.8%)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이에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을 적극 벤치마킹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고위관리직·행정직·전문직·컴퓨터직·영업직에 해당하면서 주 684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 혹은 △연 10만7432달러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를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미국은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 중이지만, 이들에 대한 연장근로 시간 제한은 없다.
일본은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금융상품개발·애널리스트·신상품 연구개발·경영컨설턴트 등 생산직이 아닌 근로자 중 연 1075만엔 이상의 고소득자면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한다.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필요
각국이 이 같은 예외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생산직이 아닌 일부 직종은 근무 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토론회에서 "생산직과 달리 근로 시간보다 성과가 중요한 사무직 등은 근로 시간 규제 완화나 면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연구개발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정부·국회가 협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근무시간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미래 기술을 책임질 엔지니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사례도 있다.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근로소득 상위 3% 근로자에 대해 근로 시간 기준 적용을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고 인사와 경영 등에 직·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직급의 근로자를 근무시간 기준 적용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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