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 등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한 증권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대 영업 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지만 일부 영업정지 제재로 중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도 이달 중 시행을 추진, 채권형 랩·신탁 관련 만기 미스매치 운용에 대한 고객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교보·유진투자·유안타·SK증권 등 7개사에 대해 제재심을 진행했다. 앞서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선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이들 증권사에 대해서도 제재심을 열고 징계수위를 논의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달 중 제재심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향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논의를 거쳐 징계수위가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수위 관련,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영업 인·허가 취소나 영업·업무의 전부정지까지 가능하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기관은 인가 취소, 임직원에 대해서는 해임 권고까지 가능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일부 영업정지가 이뤄질 것 같다"며 "구체적인 영업의 범위와 정지 기간은 향후 증선위·금융위 논의 과정에서 확정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들 9개 증권사 운용역이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온 사실을 적발한 상태다. 일례로 A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와 총 6000회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하여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증권사별 손실전가금액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한다. 또 일부 기관·기업 수익률을 보장해주기 위해 신규 고객 자금을 돌려막기 하거나 회사 고유 자금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하는 등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부분도 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은 진술·소명 과정에서 실제 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관행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히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즉 고객의 투자손실을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보전한 것 역시 자본시장법상 자전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각 증권사가 랩·신탁 관련 위법적인 영업관행이 이뤄진 배경으로는 만기 미스매칭 운용과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기준 미흡 등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만기 미스매칭이란, 채권형 랩·신탁은 단기운용 목적으로 판매·운용돼야 하지만, 대규모 자금 유치를 위해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수익률을 만기 또는 환매 시점에 보장하고자 유동성이 낮거나 만기가 장기인 CP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영업 관행을 의미한다.
이에 금융위는 채권형 랩·신탁 관련 만기 미스매치 운용에 대한 고객의 사전동의 및 안내를 의무화고 금융투자업자의 리스크관리 기준 마련을 의무화하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당초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올 3·4분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달 중 시행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제재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불법 행위 당시 법률만 적용된다는 것이 당국 설명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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