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명언이다. 즉 미래를 예측에 의존하며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전략과 계획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요 국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디지털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5G·6G, 양자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신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ICT 표준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이러한 표준은 기업에 기술 개발을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확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인터넷 시대를 시작한 TCP·IP 프로토콜 표준은 전 세계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 정보공유와 협력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해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로밍 서비스 등도 표준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실생활에서 유익하면서도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보편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ICT 표준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디지털 시대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후발주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진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와 같이 디지털 시장을 선점한 자는 더 많은 이용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선점은 글로벌 ICT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ICT 표준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간주하고 관련 정책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5월 핵심·신흥 기술표준전략을 발표하며, 연방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표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2021~2027)을 통해 R&D와 표준 연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표준화 계획을 통해 기술 혁신과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국가 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024~2028)'에서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2대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국제표준 선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민관 협력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해 국제협력을 통한 국제기구에서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글로벌 ICT 표준 컨퍼런스(GISC 2024)' 개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11월 4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이 행사는 'ICT 표준과 지식재산: 포용적 혁신'을 주제로,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표준화 동향과 전략을 공유하고, ISO/IEC JTC 1 국제표준화 총회와 함께 올해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한 국제표준화기구인 첨단항공교통국제연합(G3AM)과 양자정보기술 분야 표준화기구인 QuINSA 등 국제워크숍과 연계함으로써 국제협력을 통한 리더십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의 룰 세터(Rule Setter)로서 민관 협력을 통해 ICT 표준 개발을 선도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 디지털 질서를 주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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