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A 보통주 1500만주
200만주 기부 의사도 밝혀
통상적 CEO들 고점때 팔아
매각목적 세금납부로 알려져
쿠팡Inc 김범석 의장(사진)이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주식 매각에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금납부 등 재정적 목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시기라는 점에서 폭등한 지점에 주식을 파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분석이다.
쿠팡 Inc는 6일(현지시간)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CEO가 미국 증권거래법 '10b5-1' 규칙에서 지정한 증권거래위원회(SEC) 가이드라인과 쿠팡의 주식 거래 정책에 따라 몇 달 전에 '사전 주식 거래 계획'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김 의장의 쿠팡 클래스A 보통주를 최대 1500만주까지 매각하는 것으로, 오는 11월 11일부터 내년 8월 29일까지 진행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조기 마무리될 수 있다. 이날 종가(주당 24달러)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매각액은 5000억원을 넘는다.
김 의장은 이후 200만주 자선 기부 의사도 밝혔다. 업계에선 "폭등한 꼭지점에 주식을 파는 글로벌 CEO들과 반대로 상장 이후 첫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 , 엔비디아 젠슨 황 CEO 등 대부분의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수 십조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최고가에 팔았다. 반면, 쿠팡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공모가 35달러로 지난 2021년 3월 상장한 쿠팡 주가는 당일 가격이 주당 69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빅테크 조정에 맞물려 주가가 10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연간 흑자를 기록,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하며 25달러선을 형성했지만 공모가를 회복하려면 40% 이상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시기에 주식 매각을 결정한 배경은 세금 등 재정적 이유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관계자는 "김 의장은 세금 의무를 포함한 상당한 재정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이번 계획을 실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 거래 계획이 완료되면 김 의장이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2990주를 계속해서 보유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추가 주식 거래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국내외 상장기업 오너들은 보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을 매각해 세금 납부 등 개인 재원으로 활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2021년 테슬라 주식 820만주(10조4600억원)를 판 데 이어, 2022년 4월(10조9000억원), 8월(9조5000억원) 등 4차례에 거쳐 30조원치의 주식을 팔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올 들어 1조원어치(7억13000만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 앞서 그는 올 3월 미국 SEC에 10B5-1 사전거래 계획을 제출해 내년까지 7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처분키로 했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창업자도 올 2월 85억달러(11조7940억원), 7월 50억달러(6조9470억원) 등 22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했다.
이번 매각에도 김 의장의 쿠팡 지배력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의 쿠팡 보유 주식(1억7480만2990주·클래스B 보통주) 수량의 9.7% 수준이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보통주는 주당 29배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일반 주식인 클래스A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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