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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왜 그들은 한국을 탈출하는가



[서초포럼] 왜 그들은 한국을 탈출하는가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저출산 문제는 국가 과제로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탈출' 열풍을 외면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국내소비지출은 2.5%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국민의 국외소비지출은 무려 50.2% 증가했다. 한편 기업들의 대외 직접투자 규모는 작년 상반기 129억달러에 비해 금년 상반기 234억달러로 81% 증가했다. 특히 대외주식투자는 '서학개미' 열풍으로 작년 상반기 113억달러에서 금년 상반기 291억달러로 무려 158% 증가했다. 한국증권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금년 들어 기관을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을 10조원 순매도하고, 예탁결제원에 맡긴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무려 37조원 증가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는 상속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하는 부자 이민자 수가 작년에 93%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16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과 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의 충격으로 첨단과학 분야 우수인재의 해외유출은 심각한 상태에 있다. 서울대의 경우 초임 교수들이 미국 대학으로 유출되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로부터 작년 고급인력 취업이민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684명으로 인구당 비율로 볼 때 세계 1위로, 미국으로 인재유출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소비·기업·자금·인재 공히 '한국 탈출'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한국 탈출'의 열풍은 자본과 인재의 유출로 장기적으로 국력 위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주목해야 마땅하다. 특히 증권시장은 금융투자소득세 충격으로 금년 10개월간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 합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감소하는 빈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10월 말 현재로 작년 말 대비 미국 나스닥지수는 21.6%%, 다우지수는 11.7%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3.7%, 코스닥지수는 14.3% 하락했다. 지수로만 본다면 소위 '국장'을 탈출한 '서학개미'는 승자가 되었고, 남은 '동학개미'는 손실을 봤다.

그러면 왜 그들은 '한국'을 탈출하고 있나. 우선 자금과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시대에 경제시스템 전반에 걸쳐 규제와 관행이 글로벌 표준과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99년 이래 25년간 지속되고 있는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한편 등록금 장기 동결에 따른 대학들의 재정난으로 대학교수 처우의 열세가 심각하다. 보도에 따르면 3년차 이하 초임 교수의 연봉이 같은 연차의 미국 교수 평균 연봉의 절반가량이며, 미국 빅테크 기업 연구직의 5분의 1 내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탈출'의 근본원인은 나라의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상실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안보상황은 2010년 3월의 천안함 피격사건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치상황은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난장판이며, 경제는 내수위축이 경제위기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4대 개혁이 절체절명의 국가과제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미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막무가내식 의료개혁 추진은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상당한 손상을 가져왔다.

'한국 탈출' 열풍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장기적인 국부와 인력 유출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정치권과 정부는 '한국 탈출 증후군'을 심각한 문제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재와 자본을 지키는 데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다를 수 없다. 근본적으로 정치와 정부 정책이 시대과제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해결하여 미래로 가는 희망의 문을 열고, 글로벌 표준에 맞게 각종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