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52)이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연합뉴스
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이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가운데)이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성악가로서) 오페라 전용 극장에서 하는 독창회는 남다른 의미가 있잖아요. 기존에 알던 성악 공연과 다른 예술적 시도를 하고 싶었죠.”
지난 2022년 독일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52)이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보컬 마스터 시리즈 Ⅲ-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공연은 단순한 리사이틀을 넘어 음악, 무용, 무대 미술이 결합된 한 편의 음악극에 가깝다.
그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도전에 나섰다”며 “종국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진 한국어로 된 종합예술 공연을 꿈꾼다”고 말했다.
1998년 오페라 가수 등용문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콩쿠르에서 우승한 윤은 23년간 독일 쾰른의 성악가로 활동하며 세계 오페라 극장을 누볐다. 2004년부터 바그너 음악극만 공연하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꾸준히 참여했고 2012년엔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2년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쾰른극장의 종신 성악가 자리를 내려놓고 귀국, 모교인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중이다. 동시에 안젤라 게오르규와 함께한 ‘토스카’ 등 다양한 국내외 무대에 섰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에 도전했다. 지난 2022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김기훈과 함께 한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가 그 시작이었다.
‘방랑자, 영웅의 여정’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공연은 스토리와 연출이 있는 한편의 종합예술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과 피아니스트 박종화, 현악 4중주단 아벨 콰르텟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손잡았다.
윤은 “‘도플갱어’는 앙코르 공연까지 했는데, 스토리가 있는 음악극이라 호평을 받은 것 같다”며 “이번 공연의 주제와 곡도 직접 선정했다”고 말했다.
챕터는 ‘고독’으로 시작해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소망’으로 이어진다. 연주곡을 살펴보면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와 오페라 ‘아서 왕’ 중 ‘당신은 어떤 힘으로?’ 등 독일 가곡·오페라 아리아 등 성악곡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방랑자’와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 등 기악곡을 아우른다.
윤은 “무려 28년간 사무엘 윤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늘 이방인이라고 느꼈다”며 “방랑자와 같았던 제 인생의 굴곡진 여정을 한편의 드라마로 엮었다”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가곡 '방랑자' 중에 '나는 항상 어디 있었을 때도 이방인이었다',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란 가사가 있죠. 한국에 돌아와서야 제 언어를 찾았죠."
그는 남들보다 늦게 음악을 시작해 오랜 기간 인내했고, 오페라에서도 작은 역부터 시작해 자신의 영역을 다졌다. 앞서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할 즈음에야 소리가 트였다”며 “그전까진 엄청나게 헤맸다”고 밝힌 바 있다
유학시절 외환위기까지 겪은 그는 “비단 제 인생뿐 아니라 성공한 소수를 제하고 자신의 직업으로 먹고살기 힘든 예술가의 어려움 그리고 한국에서 이방인의 모습을 한 사람들의 모습도 투영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며 "제자들을 보면 너무나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걸 구현할 무대가 없다. 새로운 형태의 무대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발레리노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2’의 타이틀 영상 제작, 금연복지부 금연캠페인 CF 광고 연출 등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다. 오페라 연출은 처음인 그는 이날 “이방인이라는 키워드가 재밌었다”며 “저 역시 미술을 하다 무용을 했고 무용을 하다 사진, 영상을 하게 되면서 어딜 가서도 이방인 같았다”며 동질감을 표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하루의 시간을 키워드로 잡고 의자와 붉은 천 등 오브제와 세 무용수의 움직임 등 주제에 맞는 무대 언어를 통해 한편의 무성영화처럼 보이게 연출할 예정”이라며 “빛도 중요한데, 작은 빛이 무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연합뉴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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