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땅 사도 대박 기대 어렵다"… 사흘만에 문의전화 뜸해져 [그린벨트 풀린 서리풀지구 가보니]

땅주인 대부분 농사·조경용 매입
그린벨트 해제에도 매도자 안나와
주변 매매가 3.3㎡당 3백만~4백만
입주권 대상 아니면 큰이득 없어

"땅 사도 대박 기대 어렵다"… 사흘만에 문의전화 뜸해져 [그린벨트 풀린 서리풀지구 가보니]
서울 원지동 그린벨트 지역 농지 사진=김영권 기자
서울 서초구 청계산입구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원터골 굴다리가 나온다. 이 굴다리를 지나가면 청계산 등산로까지 이어지는데,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 밥집들과 카페가 늘어서 있다. 여기서 산을 타지 않고 경부고속도로 옆으로 뻗어 있는 1차선 도로 주변이 이번에 정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지역이다.

지난 8일 찾은 청계산 일대 그린벨트 해제지역은 '상전벽해'를 예고하는 발표가 났던 곳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조용하고 차분했다. 발표 다음 날 아침부터 쏟아졌던 문의 전화도 불과 사흘 만에 뜸해졌다. 전반적으로 지금 들어가봐야 큰돈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의 분위기다.

그린벨트 해제구역으로 지정된 원지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지역 그린벨트 소유주들의 상당수는 투기보다는 조경, 농업을 하기 위해 실제로 땅을 매입한 경우로 알고 있다"면서 "비닐하우스나 가건물의 경우 양재나 서초 쪽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사업장으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길을 따라 지나가다 보면 작물을 키우는 논과 밭, 비닐하우스, 조경업체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린벨트 해제 발표 직후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은 전화에 불이 났었다고 한다. 가장 많은 문의 내용은 소유 중인 토지가 이번 발표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발표 다음 날 아침 문 연 지 30분 만에 수통의 전화가 왔다"면서 "본인 땅이 포함되는지 문의가 가장 많았고, 파는 게 나은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게 나은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길을 따라 더 걸어가다 보면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 옆에 나 있는 굴다리로 지나가면 청계산입구역과 양재역 사이로 나오는데, 이 주변 지역 역시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가 발표된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서도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발표 이후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이 실제 매매를 생각하는 실수요자라기보다는 동향 파악을 하는 정도였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해당 지역에 무슨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나 얼마에 사는 게 적정하느냐는 등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물어보는 내용이었다"면서 "무엇보다 현재 땅을 팔려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어 거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곳에 땅을 매입하고 들어와 있는 만큼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갑작스레 팔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팔려는 사람이 있어 땅을 사더라도 '대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주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매매가가 3.3㎡당 300만~4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는데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금이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입주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토지 소유주를 제외하고는 이득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로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기존 내곡동 일대 서초포레스타, 서초더샵포레 등 인근 아파트가 거론된다.
실제로 이들 단지는 청계산입구역 바로 인근에 위치해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대한 개발이 본격화되면 인프라 개선, 편의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이 지역 단지가 이미 대부분 공공분양, 장기전세 등으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공공임대 1만1000세대가 늘어난다고 크게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 주변 공공주택 입주민들이 옮겨가거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맞춰서 입주하려는 수요자 위주가 될 것"이라면서 "인프라 개선은 확실하지만 이번 개발로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를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