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요즘 기술은 무섭다. 급변 정도가 아니라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너무 빠르게 변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더 그렇다. 올해만 AI 관련 책만 11권 이상을 읽었을 정도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반도체 산업은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AI 기술, 그리고 근간이 되는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반도체 수출이 전체 연간 수출액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민생 경제와도 연결돼 있어 시급한 상황이다.
고 의원은 "2022년 인용한 데이터가 지금은 완전히 구문이 되는 세상"이라며 "이런 세상에 의사결정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죽는 거다. 산꼭대기에서 졸면 얼어 죽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눈 깜짝할 새에 세상이 변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특별법에 담긴다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마련된 게 바로 '반도체 특별법'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논의를 거쳐 이날 당론 법안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22대 국회 들어 국민의힘에선 고 의원을 비롯해 여러 의원이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하고, 정부 부처와 이견을 조율해 왔다.
이번 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게는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인정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사무직 근로 시간 적용 제외)’은 노사가 합의하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고 의원은 "반도체로 한정해 말할 사안은 아니고, 첨단 산업 등 필요한 사업 업종에 전반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고 의원은 최근 반도체를 포함해 디스플레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R&D 근로자의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이번 특별법에 담긴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근거도 전향적이란 평가다. 그동안 고 의원 등은 직접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고, 정부는 직접 보조금 지원엔 선을 그어왔다.
당정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법안에 포함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 보조금 지급 근거도 적극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은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기업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는 반도체 생산을 빨리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로 작용케 하고, 보조금 등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스타트업까지 국내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력 유출 대비하고, 전문 경영인도 적극 나서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반도체 특별회계도 고 의원이 밀어붙인 부분이다. 고 의원은 "특별회계는 일반회계와 분리돼 목적을 정해두고 반도체 관련 산업에만 활용하는 식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신설되는 대통령직속특별의원회(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의원회)에서 그 예산을 할당할 수 있다"며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면 대기업 지원은 늦출 수 있고, 대신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최근 주요 반도체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해외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은 통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해외 우수 인력을 많이 받아들이고, 우수 인력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근무 환경을 국내 기업들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 위기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 의원은 1984년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유럽 연구소장, 상품기획팀장, 개발실장, 모바일 부문(옛 IM부문) 대표이사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고 의원은 "고문으로 있던 2년을 포함해 약 40년을 삼성에 있었다. 삼성을 떠난 사람이라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다"면서도 "앞으로 변화를 주도하려면 전문 경영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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