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실상의 '구두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돌았다.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는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추락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자 외환당국이 사실상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구두개입은 보유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 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부근까지 상승한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함께 세계 경제성장·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중심으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공조·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나설 정도로 환율불안이 커진 것은 내년 1월 공식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에 머물렀으나 트럼프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연일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달러 강세 흐름은 내년 후반기에나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식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최근 달러당 1400원 수준인 환율은 세계적인 달러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도 높은 정책이 시행될 것이란 불확실성이 지금 시장에 반영됐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우려에도 이날 환율은 1400원대를 웃돌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1.5원 내린 1405.1원을 기록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1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에 비해 700원(1.36%)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6월 15일 이후 4년5개월여 만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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