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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개시 4년 만에 DCM까지 섭렵···홍콩서 기회 찾는다” [인터뷰]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

“IB 개시 4년 만에 DCM까지 섭렵···홍콩서 기회 찾는다” [인터뷰]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이 지난 13일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홍콩=김태일 기자】 과거 증권사 해외법인 영업은 구색 맞추기 일환이었다. 업무는 현지 시장 파악이나, 주식 중개 등에 그쳤고 인력도 주로 기획이나 인사 등 백오피스에서 파견했다. 하지만 이제는 판도가 달라졌다. 국내만으론 몸집이든, 수익성이든 대폭 키우기 힘들다. 해외에서 현지 증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본사에서도 힘을 싣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법인 8곳, 해외 사무소 2곳을 갖추고 있다. 사무소는 동경(도쿄), 북경(베이징)으로 리서치 업무를 주로 하고 법인 중에선 미국과 홍콩이 양대 사업 축이다. 자본금 역시 가장 많다. 미국 다음으로 홍콩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실제 조직은 이미 틀을 갖췄고 성과도 나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여타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채권발행시장(DCM)까지 진출한 상태다.

1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홍콩법인 근무 인원은 총 36명이다. 법인장 등 2명만 본사 파견이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채용(한국인 13명, 외국인 21명) 인력이다. 2020년 5월 IB 업무가 개시되기 전엔 주식 중개 업무만 해왔으나 이후 법인영업(홀세일)과 IB 인력을 늘려왔다.

주명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진행된 ‘INVEST K-FINANCE: 홍콩 IR 2024’ 출장 기자단 합동 인터뷰에서 “지금은 모든 비즈니스가 현지 위주로 돌아가고, 중추적 역할도 영업 출신들이 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서 증권가 경력을 시작한 주 법인장은 기업공개(IPO) 부서에서 근무하다 2014년 홍콩법인 기업금융(IB) 팀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이후 IB본부장을 지냈고 한국투자증권으로는 2020년 자리를 옮겼다. 홍콩법인장엔 지난해 선임돼 1년여 간 이끌고 있다.

IB팀 구성 후 그 이듬해 3월 상장지수펀드(ETF) 마켓메이킹 인가를 받고, 4월 홍콩파생 중개업무를 개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홍콩거래소에 파생워런트를 상장했고, 발행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는 고유 계정으로 주식·채권·파생 등에 투자하는 프롭 트레이딩,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 해외 대체투자 및 딜 소싱 등 사실상 전 영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DCM 사업의 닻을 올렸다. 성과로는 몽골 국책 주택금융기관(MIK) 달러채(2억2500만달러) 발행 주관을 맡은 게 대표적이다. 이외 중국 증권사(Guotai Junan), 홍콩 전력청(CLP Power), 필리핀 부동산 개발업체(비스타랜드) 등의 채권 발행 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 법인장은 “미국, 유럽 시장에선 (신규 증권사가) IB 업무를 하기 쉽지 않다”며 “DCM 영역에서 틈새시장(니치마켓)을 찾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짚었다. 지난해 말 크레디트스위스(CS) 출신 인력 2명을 채용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실적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 369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6607억원이다. 주 법인장은 “IB, 채권 트레이딩, 브로커리지에 각각 40%, 20%, 20% 비중을 두면서 성장할 계획”이라며 “이때 리스크 심사, 컴플라이언스, 영업 등 전 영역에서의 현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주 법인장은 홍콩 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 상장을 노리는 해외 대형 기업들이 주로 찾는 만큼 홍콩은 금융허브로서 지위를 갖췄다”며 “물론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IPO 시장이 45조원에서 6조원 규모로 줄긴 했지만 올해 다시 확장해 1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홍콩은 부가가치세, 자본이득세, 부동산세 등이 없어 세금 부담이 적다”며 “홍콩달러가 환금성도 좋아 환율 영향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30년까지 전체 수익 중 30%가량은 해외에서 발생시키는 게 한국투자증권 계획(현재는 약 10%)”이라며 “그 중에서도 홍콩법인은 아시아 지역을 묶는 거점으로서 제 역할을 함으로써 최종적으론 ‘KIS International’을 달성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주 법인장은 법인을 키우는 동력은 인력이라고 봤다. 실제 영입한 CS 출신들은 몽골 금융기관 채권 발행 건을 따오기도 했다.
그는 “홍콩은 노동시장이 유연해 2~3년 근무하다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우수한 인재를 잡으려면 결국 그만큼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플랫폼은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목했다. 주 법인장은 “정보기술(IT) 시스템 자체가 현지 거래 규모를 받쳐주지 못해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브랜드 가치로 연동이 되므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