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청약가점은 84점이 만점이다. 부양가족(최대 35점), 무주택 기간(32점), 통장 가입기간(17점) 등이다. 지난 2007년 9월 가점제 시행 이후 큰 틀은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그간 청약가점 배점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수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도시부동산학회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택청약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놓아 이슈다. 보고서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수행됐다.
현 제도 "부양가족 많아야 절대 유리"
주: 부양가족 가점 산정 기준 자료 : 보고서 발췌
청약가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양가족이다. 현재 본인 기본 5점에 주민등록등본에 같이 거주하는 직계존비속 1명당 5점(최대 35점)이 부여된다. 즉 35점을 받으려면 본인 외에 부양가족 6명 이상 등 7인 가구여야 한다.
무주택 기간(최대 32점·15년 이상)도 배점 비중이 높으나 1년 단위로 2점씩 추가된다. 10년 이상 장기 무주택자도 많아 변별력이 크지 않다.
보고서는 서울 가점제 당첨자를 분석했다. 대부분 무주택 기간과 입주자저축 가입기간이 14년 이상으로 48~49점을 확보했다. 당첨을 결정짓는 것은 부양가족이다. 3인 가구(15점)냐 4인가구(20점)냐가 당락을 결정지었다.
연구진은 “서울에서 당첨되려면 부양가족에 따른 점수를 누가 많이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청약가점이 80점 이상이면 무적 통장으로 통한다. 80점 이상을 받으려면 최소 7인가구이어야 한다.
올해 들어 인기 단지에서 80점 이상 등 고가점 통장이 쏟아지면서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3~4인가구가 대부분인데 80점 이상 받으려면 7인가구가 한집에서 무주택으로 장기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만 올려 놓고 실제 거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등 각종 조사를 보면 3~4인가구가 일반적이다. 서울의 경우 5인가구 이상은 전체의 3%에 그친다. 여기서 무주택자만 고려하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자료 : 보고서 발췌
자녀 1명당 10점씩...조부모는 2.5점 주자
연구진은 위장전입을 막고 저출산 대응 등을 위해 부양가족 배점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양가족 배점 항목을 높이고, 직계존속(부모·조부모)와 직계비속(자녀)을 차별화 하는 것이다. 자녀 1명당 10점을 배정하자는 주장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양가족과 가점을 △혼인시(10점) △배우자(10점) △직계비속 1인당(상한 없음, 10점) △직계존속 1인당(최대 2인, 2.5점) 등이다. 즉, 자녀를 많이 나을수록 청약 가점을 높이는 한편, 부모와 조부모 가점은 낮춰 불법 전입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자료 : 보고서 발췌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나 통장 가입 기간은 짧지만 자녀가 많은 가구가 당첨될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청약가점 제도 개편시 실제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은 부양가족이 유일하다. 무주택 및 통장가입기간은 사실상 조정이 쉽지 않다. 현재 직계존비속 가릴 것 없이 부양가족 1명당 5점씩 배정되는 것을 바꾸는 것 외에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연구조사 결과는 이런 점에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인 저출산 대응에도 도움을 주는 방안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도 부양가족 배점 점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실행에 옮기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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