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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도 옥석 가려 입찰…'살아남기' 급급한 건설사 [건설업계 사면초가]

치솟는 원가에 PF 리스크 겹쳐
투자 감소 등 내년에도 업황 암울
"확실한 사업만 한다" 수익성 초점
국내보다는 해외수주 확대 눈돌려
수장 교체 등 조직 개편에도 속도

강남 재건축도 옥석 가려 입찰…'살아남기' 급급한 건설사 [건설업계 사면초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3·4분기 영업이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로 내실을 찾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올해 공사비 부담에 따른 원가율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내년에도 건설투자 감소 등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국내 사업부문은 우량 물건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수주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양보다는 질' 우량 물건 수주 주력

18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어 내년에도 또다시 2.7% 감소하며 부진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건설투자에 영향을 주는 2022~2023년도 건설 수주액이 2022년 4·4분기부터 2023년 3·4분기까지 4개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기성 증가율은 2025년 3·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역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사업의 방향을 수익성에 맞추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양적 확대보다는 선별 수주를 통한 질적 성장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올해 한강변, 강남 등 주요 정비사업에서 입찰과 무응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18일 입찰을 마감한 한남3구역 정도를 제외하고는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에서 2곳 이상이 입찰확약서를 제출한 경우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7억2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500㎸ 초고압 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GS건설도 이달 호주에서 5억7000만호주달러(약 5205억원) 규모의 도시순환철도(SRL) 지하철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총사업비 2조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 화학공사로부터 1조원 규모의 미네랄 비료 공장 프로젝트를 따냈다.

■CEO 교체 조직개편 등 재정비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을 통한 재정비에도 나섰다. 최근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단 임원인사에서 이한우 현대건설 부사장과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현대건설의 수장으로 내정된 이 부사장은 1994년 현대건설 입사 후, 전략기획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과 전략·기획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 재경본부장을 역임하며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지난 5일 신임 대표이사로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았던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내정하고 다음 달 선임할 예정이다. 김 총괄부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기존 7본부 3단 4실 83팀에서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여기에 대규모로 기존 임원을 물갈이하고 전체 팀장의 약 40%를 신임 팀장으로 교체했다.

DL이앤씨는 조기 인사를 단행하며 임원 6명을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보다 3명이 줄어든 규모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달 기존 임원 17명이 물러나고 신규 임원 2명이 승진하는 등 전체 임원 수가 종전보다 20%가량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사비 급등과 경기 위축 등으로 건설사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악화된 실적 개선을 위해 주요 건설사들이 조직개편, 인적쇄신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