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화학 거듭된 실적 부진에
분위기 반전카드로 인적 쇄신 유력
대규모 물갈이로 체질개선 나설듯
위기설 잠재우려 조기인사 가능성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그룹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인 경영 환경 악화와 유통·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예상보다 인적 쇄신 규모가 클 것이라는 분위기가 그룹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사진)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을 중심으로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CJ, 신세계 등 유통 그룹들의 인사가 마무리된 데다가 롯데를 둘러싼 위기론을 진화하기 위해서 정기 인사 시기를 소폭 앞당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 반전
1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임박한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과감한 인적 쇄신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날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다는 증권가 루머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실 무근"이라는 공시를 내고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그룹 안팎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이 나서서 유동성 위기설에 적극 대항했지만 그룹의 두 축인 화학과 유통 업황이 모두 좋지 않고, 실적 반등이 늦어지면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롯데그룹은 지난 8월 신 회장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계열사별로 보면 롯데면세점은 그룹보다 앞서 지난 6월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 역시 희망퇴직과 함께 잠실 롯데타워에 입주해 있던 사무실 마저 옮기면서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인력 재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달 들어서는 롯데지주와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계열사 구조조정의 첫 타자는 롯데헬스케어가 됐다. 사업 철수를 포함해 지주 편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사업효율화 차원에서 가능성이 적은 회사들은 빨리 정리하고 될 만한 곳에 집중하겠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인사로 '위기설' 잠재우나
비상경영 선언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실적과 경영 환경을 타개할 방안은 현재로서 인적 쇄신이 가장 유력하다. 올 정기 임원인사 쇄신 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임원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의 거취도 관심이 쏠린다.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대표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등이다.
12월 초로 알려진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는 그룹 위기설을 담은 증권가 루머에 즉각 부인 공시를 낼 정도로 민감한 상황이라 조기 인사로 여론을 반전시킬 필요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연말이면 인사관련 여러가지 설이 돌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조용하고 하마평이 없다"면서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오는 22일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