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회복이 더뎌지면서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약 2개월 만에 1조원이상 줄어든 16조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증시 투자 대기자금인 예수금도 50조원대로 줄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19일 16조7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8일에 이어 이틀연속 16조원대이다. 신용공여 잔고가 16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9월 19일 16조9927억원이후 2개월여만이다. 특히 지난 10월 하순 18조2000억원대까지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돼 1조원 넘게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확정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빚투' 열기가 사그라든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거래융자는 미수거래와 함께 '빚내서 투자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종목별로 30~90일 동안 주식 매매에 필요한 일부 자금을 증권사가 일정 이율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분간 국내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공격적인 투자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주식시장은 횡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등한다면 성격은 기술적이어서 차익 실현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15일 장 마감 후 2025년까지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융자 잔고 하락은 잠재 매물 부담 감소로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너무 약세여서 원래 있던 융자 물량이 반대매매로 청산됐을 수 있다"며 "시장이 향후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될 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대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결정 등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대폭 줄고 있다. 지난 9월 말 57조원 가까이 늘었던 규모가 지난 5일 트럼프 정부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50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19일에는 49조9928억원으로 50조원이 재차 붕괴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단타위주의 미수거래 규모는 늘고 있다. 주가하락시 거래일 포함 사흘내에 상환해야 반대매매를 피할 수 있어 신용공여 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18일까지 1조133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1조원을 웃돌고 있다.
19일에는 9657억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국내 증시 부진 속에서 신용으로 단기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는 되레 늘었던 셈이다. 미수금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8월 29일(1조150억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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