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세종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에서 진행된 소음 저감 시연 모습. LH 제공
[파이낸셜뉴스] “1등급 바닥에서는 확실히 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이 정도면 실생활에서도 차이가 크겠어요.”
지난 21일 세종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층간소음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소음 저감 시연에서는 4등급과 1등급으로 구분된 바닥 구조 위에서 러닝머신이 가동됐다. LH 관계자들과 참가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음 저감 시연을 지켜봤다. 시연 직후 한 참가자는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4등급 바닥에서는 울림이 아래층까지 생생하게 전달됐지만 1등급 바닥에선 같은 소음이 훨씬 완화된 형태로 들렸다. LH 관계자는 “4등급 바닥에선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지만, 1등급 기술이 적용된 바닥에서는 소음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 거주자 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요인으로, 이웃 간의 분쟁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소음은 정서적 스트레스와 수면 방해를 초래해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공동체 해체로 이어질 수 있어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여겨진다.
이곳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가 설립한 ‘데시벨35랩(㏈35랩)’이다. 이 시설은 국내 최대 층간소음 시험시설로 1등급 기준(37㏈)을 초과하는 35㏈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소인데 LH는 다양한 구조와 슬래브 두께로 구성된 공간을 통해 기술 검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 분쟁 예방을 위한 첨단장치도 공개됐다. 대표적으로 ‘노이즈가드’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월패드나 핸드폰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큰 소음이 발생하자 노이즈가드 화면에서는 '층간 소음이 기준치 이상 발생했습니다.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실제로 40㏈ 이상의 소음이 세 번 발생하면 이 같은 경고화면이 표시가 된다. LH는 내년 신축 당지에 가구별로 이 기계를 도입해 층간소음 발생 시 입주민 간 자발적 소음 감소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영상으로 소개한 '진동 저감 장치'도 기대를 모았다. 이 장치는 소음이 발생하면 반대 위상의 신호로 상쇄해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리나 진동을 없애기 위해 그 소리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만들어내 소음을 줄인다는 원리다.
아직 사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에는 훨씬 정교하게 소음 저감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LH는 정부 건설정책 변화에 발맞춰 내년부터 설계하는 아파트에는 층간 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하고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해 기술 개발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LH 이한준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과제”라면서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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