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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급과잉 다음 타깃은 K반도체" 삼성·SK, 초격차 기술로 따돌린다 ['중국發 공급과잉' 비상 걸린 산업계 (상)]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인한 타격이 반도체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기업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월평균 가격은 올 들어 16개월 만에 2달러대를 회복했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사들의 저가물량 공세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메모리 시장이 호황을 누려야 하는 게 맞지만, 창신메모리(CXMT)가 찬물을 끼얹었다"며 "캡티브마켓(독점시장)인 중국 내부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업체들에 물량을 공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보니 D램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XMT는 DDR4, 저전력(LP)DDR4X와 같은 구형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XMT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현재 추세라면 2026년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량마저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생산 기준 점유율은 각각 37%, 25%, 17%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도 대폭 낮춰 물량을 공급,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CXMT, 푸젠진화(JHICC) 등 중국 메모리사는 구형 D램 가격을 시중 가격보다 50% 가까이 할인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이 악화하는 범용 메모리 생산비중을 낮추고, DDR5 및 LPDDR5 등 선단 제품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DR4와 LPDDR4 생산비중을 3·4분기 30%에서 4·4분기 20%까지 줄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탄력적으로 구형 D램 생산을 하향 조정하고,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CXMT가 DDR5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되며, 선단 제품에서 물량공세가 이어질지 주목되는 만큼 기술 초격차와 점유율 확대에도 보다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성능을 끌어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기술력 격차를 유지해 나간다. 아직 한중 간 기술력 차이는 크지만, CXMT는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2년 정도 앞당긴 속도로 2세대 HBM 양산을 시작했고, 트럼프 2기로 대중제재가 강화되면 중국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되레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