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히트펌프’ 열풍 꺼지나 [트럼프 2기 불안한 업계]

美 수입 4위 약진한 韓히트펌프
작년 수입액 전년比 667% 증가
바이든 IRP 인센티브 중요 역할
트럼프 ‘친환경’정책 연속 불투명

‘히트펌프’ 열풍 꺼지나 [트럼프 2기 불안한 업계]
LG전자 공기 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제품 이미지. LG전자 제공
미국 '히트펌프' 시장에서 한국 제품 수입 규모가 글로벌 4위 수준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재집권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대신 전기나 지열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 냉·난방 기술 및 시스템이다. 이에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보조금 등 혜택을 받아 성장해왔지만, 트럼프 2.0기 정부에서는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친환경 흐름이 글로벌 의제인 만큼 미국 내 히트펌프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일 미국 상무부 및 글로벌 무역통계업체 월드 트레이드 아틀라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히트펌프 수입액은 기준 전년 대비 667.06% 증가한 약 946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글로벌 각지에서 들여오는 히트펌프 전체 수입액은 같은 기간 6668만 달러에서 6130만 달러로 감소했지만, 한국산 히트펌프 수입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수입 규모로 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6위에서 일 년 새 4위로 올라섰다.

한국 기업들이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강화한 HVAC 등 여러 제품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전자는 히트펌프 기술을 활용한 HVAC 제품 출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HVAC 제품에 적용할 히트펌프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LG 알래스카 히트펌프 연구소'를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히트펌프를 사용한 냉난방 시스템 '에코 히팅 시스템(EHS)' 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 5월에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아메리카'를 설립하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며, 히트펌프 시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악재다. 대표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히트펌프 시장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당 법은 히트펌프에 대해 세금 공제, 리베이트, 저금리 대출, 공공 및 민간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친환경 정책을 두고 "녹색 사기"라고 비난하는 등 행보를 보여온 만큼 정책 연속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보조금 축소 가능성 등을 두고 "예민한 사안"이라며 선을 긋는 한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0기 정부가 정책을 아직 어떻게 세울지 모른다"면서도 "글로벌 각지에서 히트펌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타격은) 당장 크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RA에서는 히트펌프 비중 증가와 탈탄소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트럼프 정권 도입 시 보조금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