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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초록색'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가보니 [현장]

'온통 초록색'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가보니 [현장]
지난 22일 경기 안성의 일죽목욕탕이 광고기획사 이노션의 리브랜딩으로 초록색 타일이 배치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온통 초록색'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 가보니 [현장]
지난 22일 경기 안성의 일죽목욕탕이 광고기획사 이노션의 리브랜딩으로 곳곳에 긴급 호출벨이 부착됐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탕과 벽면이 초록색으로 꾸며진데다 곳곳에 빨간 긴급 호출 벨이 있어 눈길을 끄는 목욕탕. 광고기획사 이노션이 리모델링해 지난 22일 개장한 경기 안성의 '일죽목욕탕'은 한눈에 봐도 여타 목욕탕과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고령층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이번 리모델링은 이노션의 '소셜 공간 리브랜딩' 캠페인의 첫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이노션은 고령층이 목욕 중 급격한 체온 변화나 미끄러짐 등으로 인해 쓰러지고 다치는 사고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죽목욕탕은 하루 평균 80명 방문하는 곳으로 농번기인 겨울철에는 하루에 100명까지도 찾아온다. 그 가운데 70% 이상은 노인이다.

이날 찾아간 목욕탕은 입구부터 이용자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입구에 놓인 키오스크는 이용자의 얼굴을 촬영하고 이를 통해 혈압, 심박수 등 생체 정보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목욕법을 추천해줬다.

이어 탈의실에는 음수대가 놓였다. 체온 급변을 방지하기 위해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입욕할 수 있도록 탈의실에서 탕까지는 바닥에 열선이 있는 블록 형태의 마감재를 깔아 체온 유지와 미끄러짐 방지 기능을 했다. 탕 바깥에도 온돌마루를 조성해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을 막도록 했다. 내부엔 곳곳에 긴급 호출벨이 있었고, 탈의실 라커 열쇠에도 호루라기가 달려 있었다.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면 바로 관리실에 알리기 위해서다.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찾을 수 있도록 목욕탕은 피부색과 대비되는 초록색 타일로 마감됐다.

특히 10분에 한번씩 알림벨이 울렸다. 냉탕 또는 온탕 한곳에 오랜 시간 머물러 체온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하게 목욕하는 방법을 안내한 책자도 물에 젖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져 곳곳에 비치됐다.

마을 주민 김창원씨(67)는 "장애가 있거나 나이 드신 분들이 간혹 넘어져 119가 출동한 적이 많다"며 "1년 전에도 사고가 있었고 수리하기 이전인 얼마 전에도 사고가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탕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뾰족한 부분이 있어 넘어지면서 부딪히면 위험했다"며 "지금은 뾰족한 부분 없이 둥그렇게 마감을 했고, 넘어지지 않게 붙잡을 수 있는 안전바도 있어 확실히 안전해졌다"고 평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이노션 관계자는 "목욕탕 안에서의 모든 경험이 가장 안전할 수 있도록 '고객 여정'을 설계해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노션 박진 전무를 비롯해 김보라 안성시장,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유훈 원장,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인동 이사장, 월드비전 나윤철 부문장, 마을 어르신 등이 참석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목욕 시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하기 위한 다짐과 협력을 약속했다.

이노션은 이번 안전목욕탕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공간 리브랜딩 노하우를 모두 담은 오픈 소스를 전면 개방해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