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ETF 투자길 막힌 국내증시
파생상품 활성화 내건 美와 대조
법인 실명계좌 발급 허용 시급
"금융시장 안정성 저해 등 우려"
관계당국 보수적 입장 견지
비트코인 투자 열기 고조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여전히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美 비트코인 현물 ETF 활성화
25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 및 중개를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즉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중개 상품의 라이선스 범위 밖의 상품이라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가 활발하다. 또 최근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반으로 한 옵션 상품도 등장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옵션거래가 시작된 것.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거래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투자와 관련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기존 이더리움 현물 ETF처럼 다른 주요 가상자산의 현물 ETF 뿐 아니라 최근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과 같은 다양한 파생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인 실명계좌 발급 허용 시급
하지만 국내 법인 및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조차 발급 받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물론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이 가상자산 현물을 보유하면서 ETF를 출시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는 셈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법인 실명계좌 발급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법인 등 기관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인 실명계좌 발급 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금융상품 허용까지는 보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 실명계좌도 당장은 비트코인으로 수수료를 받아도 법인계좌가 없어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가상자산거래소와 가상자산을 기부 받은 대학 등 공공부터 풀어줄 것 같다"며 "미국이나 홍콩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은 아주 먼 얘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지만 내부 지침 등으로 인해 직접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른 ETF처럼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 도입되면 간접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니즈가 높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실물경제 영향 △투자자 보호 및 글로벌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시장 간 연계가 강화되면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금융시장 안정성 및 금융회사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특히 국내 주식에서 해외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코스피·코스닥 규모를 넘어선 것과 관련, "두 시장을 놓고 보면 주식시장으로 돈이 와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주식시장은 우리 경제 선순환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반면 가상자산은 실질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뭔가에 대한 의문들이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쪽에 거래량이 더 많은 데 대해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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