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개편으로 경쟁력 복원
마케팅 외부 컨설팅으로 재도약
HBM개발팀 신설 "SK 잡는다"
연구소 개편·차세대 D램 재설계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가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의 반성문 발표 이후 DS부문은 잃어버린 '초격차' 회복을 위한 환골탈태가 진행 중이다. 근원적 기술력 회복을 위한 △반도체연구소 개편 △차세대 D램 전격 재설계 △메모리 집중 등에 이어 이번 외부 컨설팅사와 함께 영업·마케팅까지 들여다보며 전방위적으로 재도약을 위한 전열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곧 있을 정기인사 후 삼성전자 DS부문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과거는 잊자. 체면보다 실리 먼저"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S부문 내 전 사업부에서 전 부회장의 반성문 이후 전방위적 조직점검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취임과 동시에 메모리 패권 재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특히 SK하이닉스에 뒤처진 HBM 사업에서 역전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HBM 개발팀은 HBM 경쟁의 변곡점이 될 6세대 제품인 HBM4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HBM의 근간인 D램의 기술경쟁력 회복에도 집중하고 있다. 5세대 HBM 제품인 HBM3E 양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 10나노 4세대(d1a) D램의 재설계 결정을 내렸다.
또 답보상태에 빠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고 '커스텀(고객 맞춤형)' 트렌드가 강해지는 메모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했다. 그러면서 HBM4는 로직 다이를 경쟁사인 TSMC에 맡길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빅테크 고객 확보를 위한 파격 행보에 나섰다.
■"조직개편이 쇄신 척도 될 것"
전 부회장은 연구조직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줄 예정이다. DS부문의 핵심 연구조직인 반도체연구소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면서 연구개발(R&D)과 양산·테스트 등이 일원화된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석·박사급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A씨는 "이전 회사의 분위기가 대학교 연구실의 느낌이 강했다면, 전 부회장 취임 이후 업무강도와 목적성이 강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기인사와 더불어 인사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조직개편이 쇄신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 출신 임원 영입 △메모리 경쟁력 약화에 따른 메모리사업부 임원의 물갈이 폭 △기술인재의 깜짝 발탁 등이 쇄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관계자는 "한두 사람의 인사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개편"이라면서 "내부의 중첩된 TF,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직원들의 복리후생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사 후 대대적 조직개편과 변화를 통해 본격적인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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