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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번개' 같은 삼성 사장단 인사...안정과 파격 균형 잡았다

대표이사 투톱 체제 복원...부문별 책임경영 확립
정현호 사업지원TF장 유임...박학규 사장, 사업지원TF 이동
위기의 반도체...향후 임원인사서 메모리 위주 물갈이 예상
다음 주 초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 단행..."인사 폭 커질수도" 전망도

'마른 하늘에 번개' 같은 삼성 사장단 인사...안정과 파격 균형 잡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2024.10.8 jieunlee@yna.co.kr

[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의 정기 사장단 인사를 두고 파격 인사가 단행됐으나, 인사 폭이 재계 안팎의 예상보다 소폭에 그치면서 '안정 속 쇄신' 기조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부회장)과 함께 '투톱'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이 유임된 점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당초 예상대로 모두 유임됐다. 이에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 최선의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장단 정기 인사 이후 다음 주 초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에서도 당초 예상됐던 '인사 태풍'보다는 위기인 만큼 사업의 안정적 회복에 방점을 둔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이사 투톱 체제 복원...사업지원TF 유지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직으로 복귀하면서 삼성전자의 2인 대표이사 체제가 복원됐다. 삼성전자 측은 "부문별 사업책임제 확립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TF의 수장인 정현호 부회장은 유임되며, 사업지원TF에 힘이 실렸다. 내부에서는 "사업지원TF가 더 공고해지고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인적 쇄신도 필요하지만 총수의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조직의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조직에서의 큰 변화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사업지원TF 담당으로 이동하며, 사업지원TF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DX부문의 경우, 한 부회장은 기존에 겸임하던 생활가전(DA)사업부장 뿐 아니라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수장도 겸하게 됐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 주요 사업부장도 모두 유임됐다.

DS부문 역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기보다는 기존에도 요직을 맡았던 인사의 이동이 많아 예상한 만큼의 '칼바람'은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실적 부진으로 당초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향후 단행될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는 쇄신, 파운드리는 신중 기조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사장단 인사에서 윤곽을 드러낸 DS의 파운드리사업부, DX의 품질혁신위원회, 그리고 미래전략사업단에 관심이 쏠린다.

DS부문의 경우, 인재 풀이 풍부한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이 주 중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상품기획 담당 실무 임원들이 퇴임 통보를 받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달리 파운드리사업부는 예상 외로 퇴임 예정 임원이 적다는 게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의 전언이다. 특히,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공정과 수율(양품 비율)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사업부 직원은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업력도 짧고 임원 풀도 적다"면서 "지금도 메모리에서 임원들을 데리고 오는 상황에 미세공정에 대한 이제야 조금 쌓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임원들을 내치는 것은 회사로선 손해"라고 말했다.

이번 신설 조직에 대한 후속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출범한 품질혁신위원회의 조직과 구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품질혁신위원회가 어떤 곳인지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바이오통'인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단장으로 선임된 미래사업기획단도 전임 전자 계열사 출신 단장들과 조직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에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