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사업부, 대표이사 직할 전환
"한번 세운 목표 안 놓는다" 리더십
반도체 쇄신으로 초격차 회복 적임
SAIT원장으로 R&D변화도 예고
이번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사진)이 직접 챙긴다는 점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최근 세계 최고층 타이틀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낸드플래시와 수율(양품비율) 문제에 허덕이는 차세대 D램까지 경고등이 켜진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직도 겸임하면서 그간 전 부회장이 강조해 온 사업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개발(R&D)이 본격화돼 '근원적 기술력'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번 세운 목표 안 놓는다"
27일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이 직접 메모리 사업을 챙기며 SK하이닉스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DS부문의 근간 사업인 메모리사업의 초격차를 부활시킨다는 전략이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달 초 3·4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완벽한 품질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반성 메시지를 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온 낮은 수율을 비롯한 품질 문제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전 부회장은 10나노(1㎚=10억분의 1m) 4세대(1a) D램의 회로 일부 재설계 지시를 내리는 초강수를 두는 등 품질을 최우선에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단 D램은 HBM 성능과도 연결되면서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다. '타임투마켓(적시생산 적시공급)'이 생명인 반도체 업계에서 재설계는 손실을 감수한 조치로 품질에 있어 깐깐한 전 부회장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며 최우선 과제로 답보 상태에 빠진 5세대 HBM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단연 꼽힌다. 연내 HBM3E 12단 제품 납품이 예정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의 HBM3E 8단 제품 퀄(승인) 테스트 중이다. 지난 7월 전 부회장은 반도체 수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HBM개발팀을 신설했고, HBM개발팀은 향후 HBM 경쟁의 키가 될 6세대 제품인 HBM4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권한이 더 강해진 만큼 HBM 추격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한번 세운 목표를 끝까지 이뤄내는 집념의 리더"라면서 "연말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영현표 구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업지원TF 출신, 반도체 전략 맡아
R&D 분야에서도 전영현표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이 SAIT 원장을 겸임하면서 SAIT의 R&D 방향도 사업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전 부회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가 있기 전부터 반도체연구소 R&D 인력의 일선 사업부 배치를 비롯, R&D와 실제 제품의 양산·테스트까지 일원화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설비기술연구소를 재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 후 전 부회장이 중첩된 조직이나 사업성이 결여된 연구조직 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 사업은 미래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내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사업부장 교체와 파운드리사업부 CTO 신설을 두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직원 A씨는 "수율과 영업 모두 빈틈이 생겨 난항에 빠진 파운드리 사업에 활력을 넣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3나노에서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TSMC보다 6개월 먼저 도입했지만 낮은 수율에 발목을 잡혀 엔비디아, 퀄컴 등 빅테크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빅테크 수주의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DS부문은 경영전략 담당에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 전략기획 전문가인 김용관 사장을 선임하며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김 사장은 인사 전까지 사업지원TF 소속 반도체 지원담당직을 수행했다. 업계에서는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와 DS사업부 간 가교가 돼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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