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쇄신인사
전 부회장, 메모리사업부장 복귀
HBM 등 '2위 탈출' 구원투수로
파운드리사업은 사장 2명 체제
신임 수장에는 '북미통' 한진만
전영현 부회장
한진만 사장
김용관 사장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직접 챙기는 '양수겸장'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핵심사업인 메모리사업부장과 DS부문의 연구개발(R&D) 핵심 조직인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직을 겸임, 메모리 구원투수로 직접 등판한 것이다.
파운드리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메모리사업부 출신인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빅테크 수주' 특명을 맡았다. 한 신임 사장은 올해 3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에 대해 '젠슨 승인' 서명을 직접 받아내는 등 성과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DS부문 경영전략 담당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소속으로 반도체 지원담당직을 수행한 김용관 사장을 선임, 사업지원TF와 DS사업부 간 가교가 돼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27일 발표했다.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투톱' 체제는 유지됐으며, 삼성의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인 정현호 사업지원 TF장(부회장)도 유임됐다.
삼성전자 DS부문 사장단 인사는 업계 안팎의 예측과 달리 폭은 작았다. 사업부장 2명만 교체됐다. 하지만 핵심인 메모리 사업부를 전 부회장 직할로 두는 묘수를 냈다. 허를 찌르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을 시작으로 차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메모리사업 전체가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메모리 2등'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전 부회장은 2014~2016년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내며 연간 4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을 13조원대까지 회복시키는 '전영현 매직'을 이뤄냈다. 전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DS부문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SAIT 원장도 겸직한다. 학술조직에서 벗어나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R&D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힘이 빠질 것이란 파운드리사업부도 외려 사장급이 추가 신설되며 외형을 키웠다.
DS부문에서 사장이 2명인 사업부는 파운드리가 유일하다. 사장급인 파운드리사업부 산하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을 신설, 추후 조직개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분사설, 사업 축소설과 달리 사장급 보직을 신설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박소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