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잠실역 3번출구서 왔지"
"이븐하게" 등 K유머 장착
화려한 무대 보는 맛 더해
배우들이 뮤지컬 알라딘 '나 같은 친구'를 열창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물 만난 정원영의 '지니'는 흥겹고 '알라딘' 박강현의 넘버 '자랑스러운 아들(Proud of Your Boy)'은 왠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자스민' 민경아는 당차고 목소리는 감미롭다. 이들의 활약 속에 앙상블의 흥겨운 군무는 장면과 장면 사이를 연결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신비로운 왕국 아그라바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형형색색 세밀한 무대로 구현돼 보는 재미도 있다. 요술램프가 있는 동굴은 사방이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매직카펫을 탄 박강현과 민경아가 '알라딘' 대표 넘버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을 부를 때면 반짝반짝 별이 뜬 밤하늘이 무대 바깥까지 확장되며 공연장이 순간 별천지로 바뀐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흙속의 다이아몬드'처럼 착한 마음씨와 지혜를 가진 알라딘, 편견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당찬 공주 자스민, 마법의 힘을 가졌지만 자유가 없는 지니 등 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의 서사가 흥겨운 춤·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마법을 소재로 하지만 무대 장치나 표현 방식은 아날로그적이다. 또 케이시 니콜로 연출 겸 안무 등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한 한국 프로덕션 '알라딘'은 온가족을 겨냥해 웃음 코드가 강화됐다. 특히 지니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니는 마치 쇼호스트처럼 가장 먼저 등장해 넘버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를 부르며 '알라딘'의 배경이 되는 왕국 아그라바로 관객을 초대한다.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가교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현지화한 대사가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내가 어디서 나왔냐고? (공연장인 샤롯데씨어터가 있는) 잠실역 3번 출구에서 왔지!"라는 지니 대사가 대표적. 지니는 또 자신을 왕자로 만들어달라는 알라딘의 첫 번째 소원을 들어주면서 "지금부턴 내가 풀코스 왕자 요리사! 이븐하게 구워 드릴게요"라고 해 폭소를 자아낸다.
제작진에 따르면 '알라딘'을 한창 연습할 당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속 '이븐하게'가 유행어로 뜨면서 즉각 대사에 반영했다고 한다. 이밖에 로제의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 등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대사와 말맛을 살린 농담을 선보인다. 알라딘의 세 친구 등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유쾌한 분위기도 더했다.
10여 차례 오디션 끝에 선발된 한국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흠잡을 데 없다. 주인공 '알라딘'으로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출연한다.
지니는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자스민은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각각 소화한다.
공연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6월까지 이어진다. 내년 7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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