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헤지 상품 50개...환노출 대비 손해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비상계엄 후폭풍에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면서 국내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수익률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율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이미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높아진 환율상승 압력에 가세하면서 환헤지 상품들의 비용 상승이 수익률에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환헤지 ETF 성과 저하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환헤지 ETF는 50개(인버스·레버리지 제외)로 집계됐다.
ETF 명칭 끝에 ‘(H)’가 붙어있다면 환헤지, 해당 표시가 없거나 ‘(UH)’가 있는 경우 환노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환율이 떨어질 때, 반대로 후자는 환율이 상승할 때 적합한 선택지가 된다.
해외 투자형 ETF는 원화로 납입된 투자금을 대상국 통화로 환전해 주식·채권 등 자산을 매수한다. 이후 환매하는 과정에서 환전을 해야 하는 만큼 환율 변화 시 손익일 날 수 있는데, 환헤지는 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사전 약정한 환율로 매매하는 선물환 계약을 뜻한다.
환율이 오르면 환노출 상품은 달러 가치 상승의 수혜를 오롯이 받는데, 환헤지 유형은 이를 취하지 못해 동일 기초지수를 추종한다고 해도 달러에 노출된 상품 성과에 비해 뒤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환율이 널뛰게 되면 금리가 연동돼 요동치고, 헤지 비용도 덩달아 증가한다. 그리고 이는 최종 수익률에 반영된다. 다만 운용사에서 별도로 환헤지 비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발표로 당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1446.5원까지 수직 상승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가중됐다. 일단 환율이 잠잠해지긴 했으나, 언제 다시 반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 이후 상승세를 타왔던 환율에 우려가 첨가됐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나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정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 이탈 압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심해져도 한·미 시장금리 차가 벌어지지 않으면 헤지 비용이 유의미하게 늘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게 되는데, 이때 헤지 비용은 투 통화를 쓰는 국가의 시장금리 차이(스프레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헤지에 있어 환율 변동도 중요하지만 금리가 변하지 않았다면 비용 변화는 사실상 없다”며 “다만 환율이 오르는 과정에서 환헤지 상품은 환노출 상품이 누릴 수 있는 과실을 전혀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 손실은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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