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탄핵정국 증시 살펴보니
두 대통령때와 다른 경제 상황
수출 증가율 넉달째 둔화 지속
펀더멘털 부재로 '셀 코리아'
글로벌 3대 신평사에서도 경고
증시 출렁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급박해진 탄핵정국에 개인투자자의 투매가 잇따르자 2420대로 밀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70p(0.56%) 내린 2428.1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탄핵정국이 요동치면서 주식시장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 확대로 조정폭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과거 탄핵 국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급락 후 회복세를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월 12일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당시 코스피는 2.43% 급락했다. 다만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는 3.65% 반등했다. 사실상 탄핵정국 불안감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개선된 것이다. 그해 4월 15일 총선까지는 6.65% 추가 반등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증시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탄핵안이 발의되는 10~11월 두달간 4.1% 하락했다. 하지만 12월 9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연말까지 무려 25.5%의 급등세를 보였다.
LS증권 하장권 연구원은 "사례가 제한적이긴 하나, 과거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정치적 리스크는 통상적으로 단기 이벤트에 그쳤다"고 말했다. 최대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이다. 외국인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시도 당시인 4월 29~30일 이틀간 코스피시장에서 총거래대금의 20%가 넘는 1조4872억원을 순매도했다. 당시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이슈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부터 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 리스크 외에도 외국인 순매도 배경으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강달러(원화 약세) 등이 거론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현재 증시의 차이점으로 '펀더멘털 부재'를 꼽는다. 앞서 두 차례 탄핵정국 당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핵심 지표인 수출 증가율은 확장 추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반면 현재는 지난 1월 고점 이후부터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최근 11월까지 4개월 연속 둔화세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탄핵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다. 탄핵 가결 시 주식시장은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해석돼 낙폭을 되돌릴 가능성은 있다"며 "이후 주식시장은 탄핵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펀더멘털과 대외 여건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정국이 지속되면서 채권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bp(1bp=0.01%p) 오른 연 2.626%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며 지난 3일 연 2.585%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으나 하루 만에 되돌림 현상을 보인 셈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계엄령'이 상쇄한 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채권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국채는 동급으로 여겨졌다"면서 "프랑스 정치불안이 커지면서 프랑스 국채 금리가 독일 대비 50bp 높아졌다. 한국 국채 금리는 아직 급등하지 않았지만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는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가 신용도까지 위협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3사는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S&P는 계엄 사태 여파가 한국 신용도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전망이 붙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와 무디스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후폭풍이 적시에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김현정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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