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상황 악용한 사기 기승
고수익 미끼로 주식거래앱 설치
수익률 등 조작해 가입자 속여
세금 이유로 추가금 납입 요구도
분쟁조정 대상 안돼 구제 어려워
금감원 소비자경보 ‘주의’ 발령
#. 피해자 A씨는 지난 9월 인스타그램에서 주식 강의, 투자 정보 무료 제공 광고에 있는 링크를 통해 밴드에 입장했다. 여기서 미국 시카고에 실제 있는 회사명을 도용해 자신이 소속 B 교수라고 밝힌 업자는 무료 재테크 강의 등을 미끼로 가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했다. 초기 30만원을 투자했을 땐 소액의 수익을 지급해 신뢰를 쌓았고, 재투자를 제안했다. A씨가 투자금이 없다고 하자 B 교수는 5000만원까지 대여를 해줬다. 수익도 1억원이 났다. 하지만 이는 모두 앱상 허위 수치였고, 대여금을 상환해야 수익금을 내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빌린 것으로 믿은 5000만원을 입금할 때까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기방식에 비상계엄까지 내세워 자금을 편취하는 리딩방 사기 사례가 발생해 11일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실제 사례의 A씨는 이미 5000만원을 입금 후 또 한 차례 사기를 당할 뻔했다. 해당 업자가 비상계엄 선포 후 금융감독원이 자금출처 조사를 벌이고 있어 이를 통과하기 위해선 기존 입금액만큼 추가 납입을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업자는 치밀하게 금감원 로고, 인장을 도용하고 금융위원회 승인도 받았다고 기망했다. 기간 내 해당 금액을 입금하지 않으면 금감원에서 자금을 동결하고 심사에 돌입한다는 식으로 재촉했다. '자금 검증 완료 후 문제가 없다면 은행에 바로 입금된다'는 식으로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때서야 A씨는 사기를 의심해 추가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다. 금감원은 해당 사례 외에도 같은 업자가 저지른 유사 유형 20여건을 적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불법업자는 이미 같은 수법으로 주식 리딩방 사기를 준비·실행해오고 있었다"며 "최근 비상계엄 이후 이를 이용하는 방식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기 사건에서도 대체로 A씨 사례와 유사한 형태가 이어졌다. 상장주식을 장외 대량매매로 싼 가격에 매입하면 매일 수익이 난다며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한 점도 공통적이었다. 이 앱은 업자들이 멋대로 조작할 수 있는 만큼 표기되는 수치는 모두 가상이다. 당연히 출금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이후 단체 채팅방에서 일명 '바람잡이' 등을 동원해 투자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며 앱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안심시킨 것도 일관된 특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의심을 거둔 피해자들은 자금 대여, 높은 수익률 등을 그대로 믿었고 원금 상환에도 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자들은 원금 상환 시 그 방법이 잘못됐다거나 세금 등 납부 등을 이유로 출금을 지연하고 추가 납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 유의사항과 대응 요령을 전파했다. 금감원은 계엄령을 이유로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으니 이를 명분으로 입금을 요구해도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료 주식강의, 재테크 서적 제공 등 온라인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사설 주식거래 앱을 설치하라고 권하는 업체는 차단해야 한다"며 "제도권 금융사가 아닌 업자와 거래로 인한 피해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대상도 되지 않아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금융투자 사기가 의심될 경우 녹취, 문자메시지 등을 확보해 수사기관 또는 금감원에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관련 신고는 금감원 홈페이지 불법금융신고센터의 '사이버불법금융행위제보' 창구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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