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미국 CNN 방송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윤석열의 도박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 가결 후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사과 대신 헌법재판소에서 적극적으로 법리 공방을 벌이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분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오늘의 결과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 "직무 수행을 할 것"이라며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를 일축했다. 하지만 선출직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하면서 한동훈 체제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당헌 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하면 지도 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따랐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반발에 "제가 투표했느냐. 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고, 헌법기관이 투표해서 나온 결과"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또 "비상계엄은 내가 하지 않았고,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미숙한 한 대표의 이런 안이한 대처가 지도체제 붕괴 사태를 촉발했다. 미국 정부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극도의 정치불안이 경제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로 경제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의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 불확실성이 길어질 경우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경제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리와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여당은 친윤계·친한계의 집안싸움을 멈추고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피선거권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의 2·3심 '조기 판결'에만 집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현 사태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도 정국 안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탄핵 이전에도 경제단체장들과 '민생 현안 긴급 간담회'를 갖고 "경제가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정국 안정의 열쇠는 야당이 갖고 있다. 야당은 국무위원·검사 탄핵 남발과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 법안 처리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 활동과 경제를 위축시키는 반시장·반기업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고 여당과 협력해 경제 활성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 이전보다 더 전진하여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역동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충격을 견디고 흡수하여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강하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저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대한민국 경제 리질리언스를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국민 감동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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