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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지역을 살리는 힘은 문화에 있다

[차관칼럼] 지역을 살리는 힘은 문화에 있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영국에서 한국문화원장으로 일하던 때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차로 세 시간 거리의 한 소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작은 강이 흐르는 이 도시는 음악축제로 한껏 들떠 있었다. 주민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도시의 공기를 왁자지껄하게 물들였다.

인구 15만명의 소도시 잘츠부르크의 이야기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이 도시에서는 매년 여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린다. 7~8월 두 달간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 되어 전 세계 클래식 음악가와 애호가들을 맞이한다. 독일어로 '소금의 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잘츠부르크는 서울시의 10분의 1에 불과한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대표 관광도시이자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대한민국에도 잘츠부르크에 뒤지지 않는 음악도시가 있다며 경남 통영시를 언급했다. 윤이상 선생(1917~1995)의 고향이자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통영에서는 매년 봄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린다. 2002년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는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으며 이제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불린다. 2025년 예정된 주요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 도시들은 문화를 생각하기에 앞서 인구유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한국은행·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인 50.6%로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2015~2021년 수도권 증가 인구의 78.5%는 15∼34세 청년층이었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고서에서는 지역 간 문화격차가 청년이 지역을 떠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다. 어느새 문화적 수준이 도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 2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로 도시 전체를 바꾼다는 일념으로 통영시를 포함한 전국 13개 도시를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했다. 2025년부터 3년간 총 2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이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9년 이래 추진해 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2.0 버전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해당 지역을 넘어 인근 권역의 문화 발전을 이끄는 광역형 선도도시로서, 인근 지자체와 광역 지자체가 함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지역당 예산도 200억원에 달한다.

작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13개 도시를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최종 지정했다. 최종 지정지는 경기 안성시, 강원 속초시, 충북 충주시, 충남 홍성군, 세종특별자치시, 대구 수성구, 부산 수영구, 경북 안동시, 경남 진주시·통영시, 전북 전주시, 전남 순천시·진도군이다.

각 도시는 지역별 비전을 바탕으로 오는 2027년까지 200억원가량 예산을 투입해 각기 특색 있는 문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매년 평가를 통해 우수 도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책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잘츠부르크는 소금광산 폐광 이후 독특한 문화자원을 살려 독보적 관광도시로 입지를 구축했다. 비대면 산업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전통적인 산업화 논리만으로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지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문화의 힘을 길러야 한다. 독특한 그 지역만의 문화로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도시여야 비로소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문체부는 지역이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길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